이달 들어 지난 5일부터 2~3주동안은 일주일 중 4일이상은 술자리를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연말이 고달픈 안승훈(39)씨. 업무상 술자리가 잦을 뿐 아니라 송년회, 동창회, 친목모임 등 연말을 맞아 안씨의 스마트폰 다이어리에는 이미 약속을 추가로 저장하기에 공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안씨는 “언제부터인가 점심에도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술자리가 싫을 때도 있지만 이젠 술자리가 없을 때는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참석하다보니 생활 속에 술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의 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주가 현대인들을 알코올 중독으로 내몰고 있다. 술자리를 통해 상호간 친목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곤 하지만 건강과 생활까지 병들게 하는 등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사회 전반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각종 모임의 친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지만 알코올 중독증세까지 나타나는데도 이를 자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회사원 오치환(50)씨의 경우, 최근 대전 중구 오류동 한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큰 이상은 없었지만 얼마전 술자리에서 일명 '필름이 끊긴다'는 기억상실 증세를 겪었다. 오씨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전일 집에 들어오는 과정이 쉽게 머리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부랴부랴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시하는 알코올 중독증세 자가테스트 기준표로 검사해 본 결과, 알코올 중독증세가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 오씨의 안색은 금세 어두워졌다. 오씨는 “올 들어 이같은 증세가 종종 있어 술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었다”며 “알코올 중독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인이 중독증세로 고통을 겪는데는 개인화되고 일률적인 생활상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이같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위험한 것은 중독이 만성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뇌질환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본인들이 중독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조성남 을지대병원 중독클리닉 교수는 “중독은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독증세를 인정하고 회복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바른 삶의 과정을 탐색하는 것으로 새로운 가치관으로 정립하고 책임감있고 정직한 삶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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