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지부진한 배·보상
3. 정부와 삼성, 책임있는 자세 절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07년 12월 7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이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1만2547㎘가 쏟아진 뒤 지난 시간이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피해는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당시의 악몽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피해보상, 건강 악화 등이 주민을 괴롭히고 있다. 그동안 진행 상황과 해결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상 최악의 유류유출 사고로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태안 앞바다는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빠르게 회복됐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사고후 태안지역에는 해안 70.1㎞와 해수욕장 15곳, 섬 지역 23곳에 자원봉사자 123만명을 포함해 207만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방제작업에 나서 10개월만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또 생태계에 끼친 피해 회복을 위해 태안군 등 서해안 12개 시·군이 특별해양환경 복원지역으로 지정, 고시된데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모두 4786억원이 투입되는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피해의 흔적을 지워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번 생긴 기름 자국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일부 섬 지역에는 여전히 기름 흔적이 남아있다.
유류유출 사고 후 생태계 변화 등을 연구하고 있는 이승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9월 조사 결과 작년보다 눈에 띄는 기름은 줄어들었지만 태안 신두리사구와 마주보는 의항리 갯벌이나 가의도 일부 지역 등은 기름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류유출 사고로 생태계가 변하면서 우점종(파래 등)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생태계가 아직 안정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환경오염 상태 등 연구 결과를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처는 마을 주민에게 더욱 깊게 새겨졌다. 수입원 감소로 인한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장시간 기름에 노출돼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미 주민 생활안정을 위한 긴급 생계안정자금 607억원과 피해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183억 투입되는 등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주민 피해를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에다 주민 피해배상이 청구된 2조652억1400만원 가운데 배상금이 지급된 것은 1420억2300만원에 그치는 등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과 정부의 배·보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주민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다.
여기에다 주민 건강 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환경 변화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인 등의 건강에 기름 유출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태안환경보건센터 관계자는 “피해주민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조사하고 있는데 기름유출로 인한 어린이 천식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피해지역 주민 등 기름에 오래 노출된 사람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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