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세상에 거저란 없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용]세상에 거저란 없다

[교육단상]박종용대전성룡초 교감

  • 승인 2011-12-06 14:03
  • 신문게재 2011-12-07 20면
  • 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 교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능력이나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자기 업무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바쁘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하며 관여하거나, 생색내는 일에 나서다 보니, 정작 자기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중동(靜中動)'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똑같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학교 식구들이다. 이지숙 연구부장이 가져온 교육활동 자료와 안향하 교사가 검토해 달라는 학교신문 초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 1327명과 교사 56명의 수상 실적이 2개 지면을 가득 채웠다. 학력, 과학, 영재, 정보, 체육, 독서, 문예, 미술 등. 교육감상과 교육장상이 수두룩하다. 모자라거나 빠진 분야가 없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기 위해 교사들이 수업은 등한시하고 대회 준비에만 매달린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얼마 전에 발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니 그것도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이 무려 96.3%다. 학력 미달 학생은 1명도 없다. 입상하기만 해도 영광이라는 제1회 초등학생 수학창의력경진대회에서 3명이 응시해 2명이 금상, 1명이 은상으로 입상하여 교육감상을 받았다.

교사들이 전문성 신장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도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평균 9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고도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다른 학교 교사들의 우수한 수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발품 파는 것을 즐긴다. 교육청을 비롯하여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하는 교사연구회나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여 자기 연찬에 힘쓸 뿐만 아니라 견문도 넓힌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교사들의 실력과 경험은 제자를 가르칠 때 그대로 녹아들기 마련이다.

또, 동료애는 어떤가? 학생들 지도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선배들은 후배 교사가 학교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성심껏 돕고 격려한다. 각종 행사에 서로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퇴근 후에는 정감 있는 자리도 가진다. 이항기 교장 선생님도 학생과 교실 지원을 최우선으로 한다. 관리자의 관심과 교사들의 솔선수범, 이쯤 되면 최근에 우리 학교가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인성교육 브랜드, 2개 분야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된 게 거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의 지원도 우수 학교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비바람을 가리지 않는다.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학부모들은 재능기부에 앞장선다. 전문지식을 아낌없이 학생들에게 쏟아 붓는다. 도서관 이용 지도나 독서엽서 심사에 참여하고, 토요일 아침에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해 식재료와 물품 검수에도 바쁜 시간을 쪼갠다.

물론 성과 도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구성원의 불만이 팽배하다면 헛것이다. 스트레스도 생길 수 있다.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학교 교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 아이템은 배구, 탁구, 요가, 배드민턴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선택한 배구는 체육관이 없어 맨땅에서 연습하지만 상관없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주무관님들과 여교사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배구공을 쫓아 뛰고 넘어지고 웃다 보면 세상이 다 내 것이 된다. 머리가 맑아진다.

이처럼 우리 학교의 여러 바퀴들이 제자리에서 소리 없이 맞춰 돌아가는 것을 보며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늘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학교의 전통을 만들어 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2.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3.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4.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1.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4.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5.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