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숙 저 |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해낸 삶의 의미들을 엿볼 수 있다. 각 이야기 속에서는 익명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 세계의 주변부를 떠도는, 잘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사람들. 군중 속에 섞여 있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사람들. 저자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존재들이 보내는 희미한 발신음을 포착해내고 그들을 향해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들이 현대인이 상실한 인간적인 체온과 연민을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전문에서 저자는 “주요인물로 등장하든 바람처럼 스쳐가는 이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모르는 사람들을 나는 나의 동시대인들이라고 느낀다”며 “현대인이 되는 동안 상실해버린 인간적인 체온과 연민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2003년 『종소리』 출간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단편집이다. 그동안 작가는 세 편의 장편소설을 상재했다. 2007년 『리진』이 후 거의 매년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의 잰걸음 속에 출간된 이번 책은 그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 쉰다.
김남혁 문학평론가는 “신경숙의 소설은 사회에서 가장 멀리 있고도 특수한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그 때문에 일반적인 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과 사회에 가장 가깝고도 단독적인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는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스물두 살 되던 해인 1985년 중편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풍금이 있던 자리』,『깊은 슬픔』, 『외딴방』 등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잇달아 출간하며 신경숙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동네/지은이 신경숙/286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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