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베젤 저 |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선을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한사코 선만을 따라간다. 어쩌다 균형을 잃으면 폴짝 뛰어 중심을 잡는다. 속도를 내어 달려 보기도 한다.
어쩐지 익숙한 모습이다. 둘레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놀이다.
아이들은 굳이 넓은 길을 놔두고 보도블록의 패턴이 만드는 가상의 선을 따라 혹은 운동장 한쪽 모래판을 둘러싼 타이어 울타리를 따라 걷곤 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선을 따라 걸으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집에서도 아이들은 공책 위에 선을 그린다. 생각 속의 아이가 또다시 그 선 위를 따라간다. 살아갈 한평생처럼 길고 긴 선, 아이의 키만큼 짧은 선, 둥근 선, 뾰족한 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
이 책은 이처럼 표면과 이면, 아이와 어른, 놀이와 인생을 넘나드는 중의적 이야기를 갖가지 모양과 다채로운 색깔들로 표현한다. 마치 개념화한 기호와 같이 반추 상의 모양들로 그려진 아이의 모습과 거리의 풍경들은 이 이야기를 어느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와 닿게 한다.
이런 그림은 현대 추상화의 시조라 불리는 파울 클레의 그림과 닮았다. 화가는 클레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사색적이고 다의적인 화풍을 따른 것이다.
꿈교출판사/지은이 크리스틴 베젤, 그린이 알랭 코르코스, 옮긴이 김노엘라/28쪽/1만1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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