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규 교장 |
어느 날 석은 조수를 데리고 일을 가던 중에 초원에 큰 상수리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상수리나무는 둘레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어른 장정이 양손으로 몇 명이 둘러서야만 잡을 수 있고 또 가지는 울창하게 뻗어 있어서 그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던 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엄청나게 큰 상수리나무였다.
▲ 무용지물 |
조수는 그 큰 상수리나무를 보면서 목수 석에게 말을 건넸다.
“저, 선생님. 왜 이렇게 큰 나무를 그냥 두시는 겁니까?”
석은 무슨 말인지 몰라 조수를 그저 물끄러미 보았다.
“아니, 저 나무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던가, 아니면 집에 기둥을 만들면 좋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저 나무는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니 왜요?”
“저것은 좀이 일러 배를 만들면 가라앉을 것이고 기둥을 만들면 집이 내려앉아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날 저녁 어느 농가에서 잠을 자게 된 석은 꿈속에서 그 상수리나무의 정령이 그 석에게 나타나 꾸짖었다.
“너는 왜 나에게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얘기하느냐! 난 네가 얘기한 대로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하기에 이처럼 천수를 누렸다. 또 그러하기에 이처럼 울창하게 그늘도 만들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꿈에서 깬 석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은 없다. (無用之用)
쓸모없는 것들이 언젠가는 꼭 필요하며, 하로동선(夏爐冬扇: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처럼 쓸 물건도 때에 맞지 않으면 그 가치가 낮다.
또한, 필요 없는 물건도 꼭 필요 한 때가 있기에 항시 버릴 때 그 용도와 가치를 심사숙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부족한 이웃도“덕불고필유인(德不孤必有隣:덕이 있는 자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처럼 항시 덕을 베푸는 인격도야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글귀를 새겨 보아야겠다.
박일규 대전 둔산초 교장·국전 서예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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