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실, 능청, 이~크, 에크~.' 몸은 앞뒤 좌우로 흔들고 팔은 이리저리 허공을 휘젓는 모습. 춤 같기도 무술 같기도 한 우리의 전통무예 택견이 지난달 28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무예로서는 세계 최초의 일이다.
“택견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이 됐다는 보도가 나온 후에 장인어른께도 축하전화를 받았습니다. 택견을 전수하고 보급하는 택견인으로서 정말 뿌듯하지요.”
▲ 모든 동작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는 택견은 부드러움 속에 강한 타격을 가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무예다. 우리 체형에 맞고 선조들의 지혜와 예절이 담긴 전통무예이기 때문에 4세 아이부터 70세 노인까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양경승 관장은 말한다. |
오후 수련시간이 시작되기 전이라 조용한 전수관에서 만난 양 관장은 사실 태권도를 먼저 배웠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태권도체육학과를 졸업한 그가 택견에 입문한 건 1995년의 일이었다고.
운동을 하면서 생긴 무릎과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뭔가 부드러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수소문 끝에 택견을 알게 됐는데 무예이면서도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그래서 대동에 있던 택견전수관을 찾아갔지만 정작 1년 여 동안은 전수관 문 앞까지만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슬쩍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무예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 보였어요. 복장도, 기합 소리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꽤 오래 망설이다가 어느 날 결심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지요.”
그렇게 택견을 시작한 양 관장은 금세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프던 무릎과 허리도 좋아졌고,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제압하라는 배려심과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는 택견의 정신과 철학이 좋았다.
택견 지도자로 나서기로 결심한 양 관장은 1998년 지도자 자격을 취득했고 사범 생활을 시작했다. 수련시간이 모두 끝난 밤 11시에 전수관 홍보 전단지를 집집마다 붙이러 다니기도 했고 수련생이 두 세 명뿐인 새벽반도 운영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택견이 생활체육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면서 전수관도 늘어나고 동호회도 생겼지만 여전히 택견을 멀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고 한다.
택견은 무예이기도 하지만 생활건강법이라면서 10분당 칼로리 소모량도 조깅이나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보다 높고 몸의 좌우를 조화롭게 쓰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작년에 일주일에 3일 30분씩 가볍게 택견을 즐기자는 '7330 택견'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생활건강법으로의 택견도 더 보급하고, 부드러운 운동인 만큼 어르신들께도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이번 인류무형유산 선정을 계기로 우리 전통무예인 택견을 더 많은 분들이 꾸준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양 관장. 그의 바람대로 우리 전통무예 택견의 저변이 확대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무예가 되길 기대해 본다.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
랜서 기자
●대전택견연맹 양경승 전무이사는?
1995년 택견에 입문해서 1998년 택견 지도자 자격 취득 후 현재까지 택견 전수활동 중이며 대전광역시체육회 택견연맹 사무국장을 지낸 후 현재는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2000년 중촌전수관에서 택견을 전수하면서 대전시장기 택견대회 제1회부터 제8회 가운데 2회 준우승을 제외한 전 대회에서 중촌전수관 우승을 이끌어 최우수지도자상을 7회 수상했다.
동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둔산여고, 한남대한국어학당 외국인 유학생 택견지도를 비롯해 전국 최초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선정 ‘7330 택견’ 보급사업의 책임강사를 맡아 대전시 생활체육현장에서 일반시민 약 3,000여명에게 택견을 알리는 등 현대인의 삶과 어울릴 수 있는 택견 보급을 위해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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