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
하지만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로 인해 시설물의 품질 저하와 부실시공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는 지방 중소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도산 및 근로자의 임금체불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또한 내년부터는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가 현행 30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현행 입·낙찰제도 문제점의 대부분이 최저가낙찰제에서 가장 크게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 상 가격 일변도의 최저가낙찰제는 폐지돼야만 한다.
최근 이러한 최저가낙찰제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해야만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계약이행능력과 기술력 등을 고려한 최고가치낙찰제가 도입된다면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부작용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가치낙찰제란 공사 입찰 시 건설기술만을 보지 않고 시설물 준공 후 유지관리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평가요소에 삽입해 평가하는 종합평가 방식이다. 쉽게 말해 가격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측면, 에너지 절감 능력, 친환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술력을 평가하는 요소에 품질, 안전, 유지관리비, 편의성, 제안가격 등이 포함된다. 올 8월에는 최적가치낙찰제가 지방자치단체의 100억원 이상 종합공사를 대상으로 시범시행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는 50억원 이상 모든 공사에 적용하기로 한 최적가치낙찰제를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만 적용하기로 하고, 시범사업 기간에 발주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대상 공사를 직접 정하고 있다. 최적가치낙찰제란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나 용역·물품을 계약할 때 입찰가격뿐만 아니라 시공품질 평가 결과, 기술력, 제안서 내용, 계약 이행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입찰한 기업 중 가장 높은 종합 점수를 받은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건설업계는 1995년에 처음 도입돼 1999년부터 전면 시행되어온 적격심사제를 최적가치낙찰제가 대체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만일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가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최적가치낙찰제와 그 적용범위가 더욱 겹쳐지면서 사실상 최저가낙찰제가 일반적인 낙찰제도가 될 것이고, 최적가치낙찰제는 현 적격심사제를 대체하는 제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적격심사제는 최저가낙찰제도가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적정공사비를 보장해 시공품질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찰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적격심사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최적가치낙찰제를 마련하게 됐고 장기적으로는 적격심사제를 동 제도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계는 적격심사제 대안으로 최적가치낙찰제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입찰 참여가 상대적으로 쉽고, 사실상 일정 수준의 낙찰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적격심사제에 비해 기술력 평가 등 주관적 심사가 강화된다는 최적가치낙찰제는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러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운영기준 등이 과도한 행정비용을 가져와 중소 건설업체들의 입찰 참여 및 수주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적가치낙찰제가 당장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관계부처는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 등을 고려해 동 제도의 추진을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각 지자체도 입찰방식 등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장 최적가치낙찰제가 활성화돼 적격심사제를 대체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겠지만,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될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하는 제도로 활용한다면 일정부분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적가치낙찰제는 입찰자의 기술제안 등이 반드시 수반되므로 현행 적격심사 대상공사와 같은 중·소규모 공사에는 적합하다 볼 수 없다. 지금의 입찰제도를 보완ㆍ개선하려는 것이라면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특정 공사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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