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단돈 몇 만원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먼저다. 거액이 드는 골수이식 비용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었다는 사람도 있다. 반면 다른 한 쪽엔 단돈 몇 만원을 더 벌기 위해 '30초 진료'에 열을 올리는 의사들이 있다.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에서 환자 6명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시간은 평균 31초. 병원이 의사로 하여금 '장사'를 하게 만든다는 의사들의 부끄러운 고백과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있자면 “우리가 봉인가”하는 분노가 치민다. 고가장비 값을 충당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권할 수밖에 없었다는 직원의 증언이 그렇다.
국민건강보험이 있는데도 환자들은 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일까. 의사들은 왜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하는 것일까. 영화는 “의료의 공공부담률을 높여 건강보험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먹여 살리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들려준다. 국민의 건강은 나라가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치 있는 그래픽과 자료사진, 풍자적인 내레이션 등으로 상영시간 82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전아트시네마.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