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대전시티즌 사장 선임을 비롯해 여러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인사가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사의 내용과 절차가 과연 적절하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일각에서는 산하기관장과 임원의 상당수가 전문성과 무관하게 시장의 측근인사들로 채워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절차도 공모가 아닌 밀실에서 특정인을 미리 내정하고 이루어진 인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염 시장은 산하기관장 인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남의 말 하듯 “시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다면 원천적으로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본인 뜻대로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선심 쓰듯이 한 마디 던진 것이다.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시의회에 미룰 것이 아니라 염 시장 스스로가 현재의 밀실인사, 측근인사를 개선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의 종결판이 문화산업진흥원장에 대한 인사다. 탤런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효정씨를 원장으로 임명하였다. 뜬금없는 인사다. 탤런트 출신이니 탤런트가 많다고 하는 대전시의 강변을 수용한다고 치자.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신임 원장이 현재 KBS 드라마에 고정출연하고 있어 풀 타임 근무를 하기 어렵고 일주일에 며칠밖에 근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원장 자리는 상시근무를 전제로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전시 산하기관 중에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는 기관장이 있는가? 파트 타임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원장으로 임명하는 무모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렇게 인재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상시근무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문화산업진흥원장은 한가한 자리라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대 연봉과 관사 제공 등 전임자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를 한다고 한다. 어처구니없고 자존심이 상한다. 마치 대기업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임명하는 행태를 보는 것 같다. 대전시는 염 시장이 회장으로 있는 민간회사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도 근무조건에 대한 명시적 계약도 없이 원장이 임명되는 후진적 인사행태를 보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염 시장의 말과 행동은 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고 있다.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무리수를 두면서 예타 신청을 강행했다.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민관정협의회를 만들어 도시철도에 관한 모든 것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예타 신청 이후에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협박도 하였다. 그런데 중간에 도시철도의 기종은 지기부상열차에서 모노레일로, 공사방식은 일부 지하화에서 전부 지상화로 슬그머니 바꿨다. 민관정협의회는 물론이고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다.
따가운 여론의 질책 속에 염 시장이 나서서 사과인지 변명인지 애매한 언급을 했다. 미숙하게 일을 처리했고, 담당국장을 꾸짖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마치 담당국장이 모두 잘못한 것일 뿐 염 시장 스스로는 책임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점잖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도시철도 2호선의 기종과 건설방식 변경을 국장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인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만일 염 시장 말대로 국장이 독단적으로 그렇게 일을 처리했다면 꾸짖는 것으로 안 되고 국장을 중징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염 시장이 보이는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다음 시장 선거에서 출마할 뜻을 접은 것 같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다. 아니면 지난 민선 4기 선거 패배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시청과 산하기관의 곳곳에 자기 사람을 채워놓아야 다음 선거에서 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그러나 선거와 상관없이 염 시장은 이제 이 지역의 원로다. 이미 국립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참여정부에서 장관급인 중소기업특별위원장도 지냈다. 현재 3번째 대전시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대전 시민과 대전시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도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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