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흉기를 소지한 강력범이나 흉악범에 대한 총기사용은 경찰권의 정당한 행사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실제로 총기를 사용하기 힘든 일선의 상황을 모르고 내린 지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찰관들이 총기를 소신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총기사용을 지시한다고 해도 현장에 반영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위급한 상황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그 요건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는 애매한 단서조항이 들어가 있어 실제 총기 사용후에도 정당성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또 총기 사용의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총기사용자체가 논란이 되어 과잉대응이다, 총기남용이다 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는가 하면, 그에 따른 징계책임이나 민형사상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대전에서 경찰의 정지명령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차량절도범에게 실탄을 발포해 검거했지만 일부 시민들이나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범죄자에 대한 실력행사 수단으로 사용된 총기사용이 불법이라는 민·형사상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여러 차례 있기 때문에 현장 경찰관들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범죄유형이 날로 흉포화 되고강력범죄가 증가됨에 따라 경찰관의 무기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물론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고한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총기사용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경찰관의 사격실력을 높여야 한다. 정확히 대퇴부 이하를 조준해서 쏘아야 하는데 경찰관들이 사격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격실력이 부족하지 않느냐 하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경찰관 사격훈련실태를 보면 외국에 비해 매우 빈약한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경찰서마다 사격훈련장을 만들어놓고 연습용 탄환을 늘려 본인이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격점수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지구대나 파출소에 보관하고 있는 총기를 신형으로 교체해서 오발가능성을 줄이고 사격훈련의 질도 높여야 한다.
경찰관의 무기사용에 관한 규정을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무기사용이 무고한 시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그 사용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이나 요건, 사용범위 같은 다양한 방향에서 구체적인 이론체계와 법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찰관의 정당한 무기사용을 보장해줘야 하고,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과실이나 사소한 실수들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이나 징계책임에서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이번 총기사용논란의 계기로 경찰관총기사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정당한 총기사용에 대한 경찰관의 면책부분이라든지 철저한 총기관리체계 확립과 사격훈련강화, 그리고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은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범죄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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