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의 어머니 효심 되새겨야

서포의 어머니 효심 되새겨야

母 살해 고교생 등 '가족 해체' 사회에 경종

  • 승인 2011-12-01 14:25
  • 신문게재 2011-12-02 9면
  • 박선영 객원기자박선영 객원기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오늘 아침 사친의 시 쓰려하는데/글씨도 이루기 전에 눈물 먼저 가리우네/몇 번이나 붓을 적시다 도로 던져 버렸나/응당 문집 가운데 해남의 시 빠지겠네(今朝欲 寫思親語/字未成 時己滋/幾度濡 毫還擲/集中應 缺海南詩)'

이 시는 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로 유명한 서포 김만중 선생의 시 '사친(思親)'이다. 이 시는 남해에 유배 중이던 김만중이 1689년 9월 25일 모친의 생일에 쓴 것이다.

전국 1등을 강요한 어머니를 처참하게 살해한 고등학생 이야기와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를 발로 밟아 숨지게 한 사건이 충격을 주는 가운데 서포의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허주촌(虛舟村) 선비마을엔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7호인 김반과 김익겸의 묘가 있는데 허주 김반은 예학(禮學)의 대가 사계(沙溪) 김장생의 아들이며 김반의 아들 익겸은 정축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충신으로 사후 영의정 벼슬이 내려졌다.

서포는 사계의 증손이자 익겸의 유복자로 구운몽은 민씨의 폐비설을 반대하다가 남해로 유배가 있을 때 지은 소설로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한 효심이 바탕이 되었다.

유복자로 태어난 서포는 어머니 윤씨한테서 형 만기와 함께 자상하고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 윤씨는 한문 실력을 갖추고 아들을 직접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궁색한 살림에도 자식에게 필요한 서책을 구입하고 이웃에 사는 홍문관 서리를 통해 책을 빌려 손수 등사해 교본을 만들기도 했다.

한기범(사학과) 한남대 교수는 “숙종이 후궁 장희빈에 빠져 정사를 그르치는 것에 직간한 것이 죄가 되어 남해로 귀양가는 서포에게 어머니 윤씨부인은 그릇된 일을 보고도 죽음이 두려워 옮음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임금에 대한 불충이라며 나라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로 곧은 성품으로 자식을 교육 시킨 훌륭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효가 땅에 떨어지고 부모자식 간 살인까지 저지르는 삭막한 세상에서 윤씨부인의 자식교육과 서포의 효심을 배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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