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시험을 코앞에 두고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을 요즘에도 동대전고등학교 봉사동아리 '나눔'의 회원들은 시험공부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에 그동안 준비해온 어르신들의 자서전 출판이 예정돼 있어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가제본 된 책을 보면서 수정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달 둘째 주쯤에 출판기념회를 하려고 합니다. 시험 기간과 겹쳐서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이 잘 해나가고 있으니 그저 대견할 따름이지요.”
봉사 동아리 '나눔'의 김수진(29) 지도교사의 말이다.
'나눔'은 2010년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봉사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로 동대전고 문학동아리 '한울'의 학생들이 2009년에 시작한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를 이어받아 이달내 20번째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자서전 원고를 끝내면서 왠지 모를 아쉬움에 눈물이 났다는 '나눔' 동아리 학생들은 자서전 출판 이후에도 어르신들을 계속해서 찾아뵐 거라고 한다. 사진은 포즈를 취한 회원들. |
“노인복지센터에 봉사 다니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어르신들 자서전 써드리는 봉사를 한다는 거예요. 즐기면서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팀원들과 일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힘든 게 많았죠.” 힘들긴 했지만 희정 양은 맹학교 교사의 자서전을 맡으면서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편, 산내학살사건을 기억하고 계신 어르신의 자서전을 맡은 이유림(동대전고2)양은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걸 새삼 알았다면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어르신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서로 마음의 문을 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뿐 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 그랬고요. 하지만 매주 찾아뵙고 자주 전화도 드리고 하니까 이제는 친할아버지처럼 잘 해주시더라고요.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주셨어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터뷰를 하고, 내용을 일일이 정리하면서 깨달은 점 등을 얘기하는 제자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김 교사는 처음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를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새삼 떠올렸다.
“어르신들도 옛날 이야기를 잘 안 하셨고 자녀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책이 나오면 다들 너무 좋아하세요. 하길 잘했다고 하시고 학생들도 많이 뿌듯해하고 어르신들 삶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아서 연합동아리 형태로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를 더 확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는 장길환 동대전고 교장은 “이제는 우리 학생들을 믿는다”면서 내년에는 예산도 확대편성하고 자서전을 도서관에 비치해 인성교육을 위해 더 널리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험공부도 미루고 어르신 자서전의 마무리를 위해 밤샘도 마다않는 동대전고 '나눔'동아리 학생들의 땀방울이 귀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온라인뉴
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동대전고등학교 봉사동아리 ‘나눔’은?
동대전고등학교 학교특색활동으로 지원하고 있는 봉사동아리 ‘나눔’은 평범한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학생동아리다. 2009년에 다섯 분의 자서전을 만들어드리기 시작해 올해 12월이면 20번째 자서전의 주인공이 탄생한다.
대덕구 거주 어르신만을 대상으로 했다가 지금은 대덕구와 동구의 어르신은 물론이고 시각장애를 가진 대전맹학교 교사의 자서전까지 쓰는 등 대상을 점차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봉사동아리 ‘나눔’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활동을 더 많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함께하는 연합동아리로 키워나가고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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