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소액다수 정치자금 기부문화에 관심을

[기고]이용훈 홍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이용훈 홍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예년에 비해 날씨가 변덕스러워 지금이 늦가을인지 겨울 끝자락인지 혼란이 들게 한다.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겉옷이 두꺼워지고 어렴풋이 빨간색의 자선냄비와 구세군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기부'라고 하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기부란 있고 없고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더불어 나누는 삶이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인식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필자가 근무하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연말, 아니 연중으로 정치자금 기부홍보를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정치활동도 예외는 아니어서 돈이 필요한 분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정책개발이나 지역구활동에 쓰는 돈을 정치자금이라고 한다. 사실 정치자금은 민주정치나 정당정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에 있어서 필요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치활동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전체를 부담하는 것은 경제적인 한계가 있으며, 부당한 정치자금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또한 국민과 지역을 위한 정책 및 입법활동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간에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각종 후원회 활동 등에 더 치우치게 될 소지도 있을 뿐만 아니라 고액의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은 특별관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작은 정성으로 모아지는, 즉 다수의 소액으로 이루어지는 정치후원금 기부문화정착이 더욱 절실하다. 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자금에 관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하여 정치자금을 양성화, 제도화함으로써 민주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거와 정당의 운영 등 필수적인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치자금 후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기부, 휴대전화결제,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세액을 공제하고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 정치활동이 금지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방법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든지 가능하다.

여기서, 제안을 하나 해볼까 한다. 현재의 정치자금법상 1만원 이상 기부하도록 되어 있는 정치자금 후원금을 그 이하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ARS 전화모금방식을 통한 1만원 이하의 기부도 가능하게 하여 많은 국민들이 부담없이 소액기부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 국민들이 소액이라도 기꺼이 내는 정치후원자로 참여할 때 우리나라의 정치도 새롭게 변화할 것이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투명한 정치자금 문화가 정착되어 한 단계 더 깨끗한 정치풍토가 조성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이러한 투명성이 보장된 정치자금만이 정치인들이 '꼼수'를 부리지 않고 올바른 정치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건강한 정치를 위해 이제는 유권자인 우리가 나서서 소액다수 정치자금기부 문화를 조성하여 정치인의 의식을 바꿔 놓을 때다. '정치자금' 하면 비리와 불신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관심과 기대라는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적지만 깨끗한 정치후원금!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한 원천이며 희망의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