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근 저 |
정작 놀 줄을 모르는 사람은 요즘 어른들이다. 어른 스스로 즐기기 위한 놀이가 필요하다.
귀농을 꿈꾸던 저자는 도시를 떠나려 했지만, 용기가 없어서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로도 떠날 궁리만 하다가 우연히 동네 빈터에서 자연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자연을 만나러 멀리 가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집 안의 베란다와 형광등 덮개 속에서도 생명을 찾고, 집 안팎과 매일 오가는 길, 버려진 귀퉁이 땅, 심지어 하수구 같은 개울, 아파트 경비실 지붕, 화단, 아파트 뒤꼍의 작은 숲, 그리고 텃밭에서 자연을 찾았다. 저자가 동네에서 쉽게 만난 동식물은 300종이 넘는다. 이 책을 보면 집 안과 동네 주변에서도 이렇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구나, 열두 달 사시사철 언제 어디서나 자연과 생명을 만날 수 있구나 하며 새삼 놀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저자는 자연을 관찰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온몸으로 느낀다. 숲에 가면 아이들한테 잠깐이라도 눈을 감아 보게 한다. 눈을 감으면 눈에 눌려 있던 다른 감각이 슬금슬금 깨어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눈보다 코가 먼저 알아챈다. 축축한 흙냄새, 나뭇잎 썩는 냄새, 그 속에 섞인 싱그러운 냄새, 또 비릿한 생명의 냄새, 그다음 계절 변화를 느끼는 것을 귀다. 짝을 부르는 새들의 노래가 잠든 숲을 깨운다. 촉각도 서서히 살아나서 바람 곁에 스미어 있는 물기를 감지해 낸다. 저자는 자신이 동네에서 보고 느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보고 느낀 그대로 쓰고 그려서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일상에 숨겨진 자연과 상태를 만나는 열쇠를 찾아낸다. 자연이 그리워진다면 동네 구석구석 틈새와 버려진 곳을 놀이터로 만들면서 놀아보자.
한편, 저자는 어린이 책 작가로 『개구리네 한솥밥』, 『꼬부랑 할머니』를 그렸으며,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철수와 영희/지은이 강우근/192쪽/1만3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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