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훈 논산 연무대기계공고 교사 |
조금 전 너희들이 부모님 앞에서 낭독했던 편지를 들으니 감격스런 마음에 선생님도 화답하고 싶다. 학부모님 앞에서 편지글을 낭독한다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30여년전 학창시절이 떠오르는구나.
빡빡 머리로 풀먹인 칼라를 곧게 세우던 학창시절. 학생은 있으되 진정한 스승이 없다던 어느 원로 선생님의 걱정 어린 한탄이 함께 떠오른다. 그러나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신성한 수계의 원리요, 삶의 원형인 것이다.
오래 전의 기록에도 '요즈음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청소년들은 언제나 버릇없는 쪽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30년 전 학창시절에는 마냥 스승의 속만 썩이던 내가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훈육을 하는 위치에 있다 생각하니 세월의 유수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신 스승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교육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점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교육이다. 나를 길러 주신 스승의 가르침은 특이하거나 특별히 강조된 것이 아니었다. 나지막한 소리로 한결같은 소리를 반복했을 뿐이다. 그것이 오늘에야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제자들아!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거라! 가슴에는 언제나 끓는 정열을 지니되 머리는 항상 차가운 이성을 지니도록 하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사물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늘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가슴에는 조국을 품고 눈으로는 세계를 바라보는 진취적인 기상을 지녀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만한 하늘밖에 볼 수가 없다. 언덕을 올라 본 자만이 언덕 너머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도요새는 지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다. 우리 모두는 도요새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날갯짓을 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사제의 인연을 맺어 때로는 좋은 감정으로, 때로는 좋지 않은 감정과 상황을 맞이하면서 담임선생님과 지내왔지? 특히 바른생활의 습관화, 기숙사 생활, 흡연관련 내용 등 여러 면에서 담임선생님과 충돌 아닌 충돌을 했지. 충돌이 아닌 애정으로 선생님과 믿음 통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옮긴다면 진정한 사제의 관계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만남이 학부모님, 사랑하는 제자,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만난 자리인 만큼 다시금 바른생활의 습관화에 굳은 약속을 하는 기회로 삼는 동시에 상호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행동에 임했으면 한다. 지금도 나는 스승의 가르침을 고민한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전해 줄 교훈을 생각한다. 특별한 교훈이나 특별한 가르침이 우리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늘 가슴에 간직할 수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스승이라 생각한다.
제자들이여! 꿈을 가져라. 그리고 눈을 크게 떠라. 오늘 삼위일체 만남의 장에서 제자들에게 보내는 글이 왠지 무겁고 딱딱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눈으로 읽기보다는 가슴으로 느껴서 행동에 옮기기를 바란다. 너희가 부모님께 드린 편지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약속의 실천이 모여 너희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지난 1년간 다짐했던 선생님과의 약속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머지않아 너희는 믿음직한 청년으로 성장할 것이고, 그것은 곧 내 삶의 보람과 기쁨이 될 것이다. 사랑한다 제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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