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한편 미국의 윌리엄 데이비도우는 '모든 거대하고 복잡한 동적 시스템의 연결성은 임계점에 이를 때까지만 안정적인 특성을 보이며 이후 연결성이 커질수록 급격한 불안정 상태에 이른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인터넷의 과잉연결로 인한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 원전사고와 일부 국가의 전력대란은 모두 연결과잉의 현상이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서유럽으로 전이되어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로 이어졌고, 동유럽으로 전파되어 세계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불러와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일으켰다. 인터넷의 과잉연결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키웠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연속적으로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을 파산시켰다.
우리나라의 최근 저축은행사태는 무분별한 부동산 PF대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고금리 상품의 경쟁적 도입, 감독기관의 태만이 원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아이슬란드 국가 부도사태의 혼합형이다. 그나마 현상황에서 연결고리를 끊어 부실사태의 전염을 차단한 것은 다행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연결과잉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 부재다. 인터넷 네트워크 시스템은 금융업무를 대체하여 금융전문인원을 줄이고 있고 또한 전산시스템 운영은 효율성을 이유로 외주용역업체에 전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고속화·지능화되어 연결과잉이 될수록 통제와 조정기능을 담당할 금융과 전산 전문인원은 더 많아져야 한다. 금융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그 구제 비용은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런 기회손실 비용의 일부분이라도 전문인력 고용과 양성에 투자하면 금융위기를 예방할 뿐만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큰 원자력사고는 7등급인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5등급인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고가 있다. 체르노빌은 안전성 검사중에 운전원의 조작 미숙으로, 스리마일섬은 냉각수 필터가 막히는 사소한 사고였지만 복잡한 기기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졌다.
고도로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사고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안전장치를 더 많이 설치할수록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제하고 조정할 전문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안전이나 연결장치를 추가할 때 마다 이를 전지 전능한 자동화 장치로 생각해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다.
최대수요전력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 내에서 전력을 이동하는 상호 연결 시스템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전력망내의 국지적인 사고는 상호 연결 작용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을 일으키고, 전력시설 손상 방지용인 안전장치로 인한 자동정전은 고객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9월 지역별로 인위적인 정전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바로 최대수요전력을 조정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지만 사전 예고가 없어 많은 혼란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자동정전을 하지 않고 전문인력의 분석에 의한 인위적인 정전이 상호 연결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1999년 할리우드 흥행가를 석권한 '매트릭스'란 영화가 있다. 인공두뇌를 지닌 거대한 컴퓨터가 인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상현실이 인간의 기억을 대신하고 사람들은 그 기억이 현실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그 세계가 바로 매트릭스이다. 인간인 네오가 매트릭스 세계를 무너뜨리고, 인류를 구원한다는 영화다. 연결과잉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네오'라는 인간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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