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반보기 - 그리움과 만남 그리고 기쁨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반보기 - 그리움과 만남 그리고 기쁨

  • 승인 2011-11-29 14:11
  • 신문게재 2011-11-30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반보기, 반보기가 무엇일까? 만보기란 말은 들어 보았어도 반보기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도로망과 교통체계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아무리 먼 곳에 있다해도 만나려고 하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아무리 먼거리라 하더라도 한달이고 두달이고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반보기는 이러한 시절에 시집간 여인네들이 친정집 식구들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 회포를 풀기 위해 고안해 낸 만남을 위한 슬기였다.

한번 시집간 여인들은 시댁일에 파묻혀 친정집을 오가기가 쉽지 않았다. 친정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은 친정집에서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시집살이에 문제가 생기거나 소박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설령 시집살이에 문제가 생겨 친정집에 찾아와 하소연이라도 하면 어쨌거나 한번 시집을 갔으면 그집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친정집에 발도 들여 놓지 말라고 하기까지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친정부모의 속은 타들어가서 그야말로 검정숯이 되었다.

심지어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릴적부터 민며느리로 들어가 시댁살림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아찧고, 길쌈하고, 농사일과 부엌일, 아기기르기, 시부모 모시기까지 눈코 뜰새 없는 일상이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밤새우기도 밥먹듯이 했다. 그나마도 고된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은 일하면서 흥얼거리는 타령조의 노래들과 어떻게 해서든지 가까운 날에 친정집에 다녀오거나 친정집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그리움이었다.

그러므로 시댁과 친정집이 모두 한가한 날을 잡아서 양쪽집의 여인네들이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그런데 양쪽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걸어서 만나야 했기 때문에 양쪽집의 거리를 반으로 잘라서 가운데쯤에서 만났다. 이날은 양쪽집에서 정성을 다해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해 그리움의 회포를 풀었다. 아마도 거친 손과 주름진 얼굴로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도 흘렸을 것이다. 그리움과 만남, 기쁨 속에 들떠있었을 여인네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자유로움의 바탕에는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뎌온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깔려 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