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0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2054건의 가짜석유 판매가 적발됐다. 같은 장소에서 업소명만 바꿔 가짜석유를 팔다 2차례 이상 적발된 경우도 22건이었다. 4~5차례 걸린 경우도 각 10건씩이다.
이달에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공지된 대전과 충남·북 주유소만 해도 대전 7, 충남 13, 충북 16곳 등 모두 36개소다. 대전의 경우, 시내 중심권에서도 가짜 기름을 팔다가 적발되는 일이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짜석유 판매 형태는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을 속여서 파는 행위와 일명 가짜 휘발유(일명 시너)를 배달 판매하는 두 가지다.
가짜 기름 판매 주유소들은 불시 검사를 피하기 위해 이중 밸브나 리모컨으로 원격 조정하는 신종수법을 쓰고 있다. 또 이들은 석유관리원이 쉬는 날인 주말에 집중적으로 가짜 기름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이 평일에 비해 적고, 나들이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직영주유소 관계자들은 가급적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기름을 넣지 않는게 좋다고 조언할 정도다.
가격이 싼 주유소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가격이 인근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싼 주유소는 운전자들이 가짜 기름을 판다고 인식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오피넷을 보고 10~20원 가량만 가격을 낮춰 가격 표지판을 내걸고 있을 만큼 지능적이다. 가짜기름을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기름을 즉석에서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터라 기름을 넣으면서도 찜찜하기만 하다.
배달을 하는 유사 휘발유(시너)업자들도 지능화된 수법으로 운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예전에는 형편없는 기름을 제조해 판매했으나, 요즘은 석유품질테스트기를 확보해 일반 주유소 판매 기름에 준하는 수준의 가짜 휘발유를 제조·판매하고 있다는 게 사법당국의 전언이다.
유사휘발유 사건을 맡은 한 변호사는 적발된 업자가 휘발유의 품질 검사서를 재판부에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황당했다고 했다. 이야기의 전말을 들어보니 유사휘발유도 질이 좋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아 품질을 높이는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형사유에도 참작을 해달라고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석유가 판을 치고 있지만 단속기관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효율적 단속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유사석유에 들어가는 톨루엔이나 시너 등은 차량 연료펌프나 인젝터를 부식시킨다”며 “운행 중 엔진이 멈추거나 차량 내부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주유소 선택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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