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민심과 소통하는 정치만 산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류인석]민심과 소통하는 정치만 산다

[시사 에세이]류인석 수필가

  • 승인 2011-11-28 14:21
  • 신문게재 2011-11-29 20면
  • 류인석 수필가류인석 수필가
▲ 류인석 수필가
▲ 류인석 수필가
이제 군림하는 정치도 없고, 추종하는 민초도 없다. 평등성원리에 기초하는 민주사회에서는 통치도 추종도 분업적 협동체의 한 가닥 기능일 뿐이다. 지배와 복종이라는 수직논리도, 또 조직계선의 상하논리도 상호 보완과 분업이라는 수평논리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권력의 정당성이나 효율성도 궁극적으로는 민초들이 결합된 협동체의 동의와 분업의 기능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시대사조가 분명 그렇게 흐르고 있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기존의 정치사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권위정치의 뿌리이자 본산이던 정당정치는 이제 의미를 잃었다. 정치, 행정경험도 없고, 또 정강(政綱), 정책(政策)도 없는 무소속후보가 기존의 정당 정치인들을 제치고 정치1번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민심이 드디어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민심을 외면해온 패거리정치 행태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정당 간에 쏠림현상은 있었지만, 민심이 정당정치를 완전히 부정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명색이 제1야당인 민주당은 후보조차도 내지 못한 채, 딱하게도 무소속후보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들러리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여당인 한나라당역시 후보는 냈지만 표심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불 꺼진 잿더미 취급받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기존정당의 존재가치가 부끄럽게 됐다.

더욱 민망한 건 무소속후보가 당선되자 손뼉을 쳐대며 득의만면해하는 야당대표 및 중진들의 속절없는 얼간이 행태를 보면서, 그동안 그들이 소리쳤던 정강이나 정책은 모두 허구였음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한때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이, 또 미래 수권정당임을 자처하는 제1야당대표가 무소속당선자에게 두 팔 벌려 아부하는 모습은 정강정책을 가진 공당(公黨)으로서 정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자학적 비굴함까지 보였다.

정치사(史)에 그토록 당당하던 정당정치 권위가 10·26재보선을 계기로 가을비 맞은 나그네 행색이듯 초라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오만하고, 교활하고, 불안했던 정치인들 스스로가 불러들인 자승자박이다.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통념 화된 공천비리 반복, 민생 속이고 등치는 거짓말공약 남발, 여야당 열거할 수 없는 부정비리 누적,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패거리정치현상에, 특히 젊은 층 세대들이 분노한 것이다. 정치도덕이나 정치질서, 급기야는 정당정치의 가치관까지도 정치인들 스스로가 짓밟아버린 셈이다.

공당정치의 무용론사조가 서울에서부터 열렸다. '도가니정치' 실망에 들뜬 민심의 신열(辛熱)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정치사에 불행한 현상이다. 특정정당의 승패를 떠나 정당정치가 깨졌다는 것은 나라 건강에 문제다. 민주사회의 평등성차원에서 민초들의 새로운 결합이라고 보기엔 어쩐지 민망하다. 흥망성쇠는 필연이라지만 순리를 뛰어넘는 이치는 없다. 오죽하면 민심들이 정당정치의 존재가치까지 무시해버렸을까. 정치집단, 통치 집단이 더욱 각성해야 할 이유다. 정당정치 불신현상은, 마치 관객을 등판시킨 야구 구경과 다를 바 없다. 잠시 관중들을 웃길 수는 있으나, 진실한 경기는 볼 수 없다. 불건전 세력과도 야합을 불사하는 민주당은 집권 욕에 앞서, 명색이 제1야당으로서 부끄러움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믿음이다. 믿음이 깨어지면 균형도 잃는다. 정치 통치가 균형을 잃게 되면 민심은 이반하고, 뒷전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무리는 따로 있다. 소통 없는 여당의 오만과 아집은 번번이 불신을 자초했고, 야당의 좌편향 선동과 지나친 반대 극성은 불안을 자초했다. 그때마다 북치고 나팔 불며 혼란스럽게 춤판을 벌인 것은 좌파들뿐이다. 날마다 '민주'는 외쳐대도 그들 속에는 '민주'가 없고 '불안'만 있었다. 선량한 민심들이 기존의 정당정치를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총선, 대선의 기회가 불과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민심은 다시 벼르고 있다. 혼란과 불안을 선동하는 좌파정치, 민심을 외면하는 반민주정치는 안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