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극치 '돌마바흐체 궁전' 조각작품을 보는 듯

화려함의 극치 '돌마바흐체 궁전' 조각작품을 보는 듯

17세기 초 술탄을 위한 별장으로 지어… 14t·銀 40t으로 내부 장식·방 꾸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모방 초호화 건립

  • 승인 2011-11-28 14:05
  • 신문게재 2011-11-29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그리스·터키를 찾아서] - 21. 터키의 성지를 찾아서 - 이스탄불 (1)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은 성지순례 12일째인 6월 3일 이스탄불의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를 체험하고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만든 돌마바흐체 궁전과 지하궁전 성격을 가진 지하물 저장고 아라베탄사라이를 순례했다. 순례 마지막 날 미사는 이스탄불의 주교좌성당에서 드리면서 순례의 피날레를 은혜롭게 장식했다.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

▲ 보스포러스 해협 풍경
▲ 보스포러스 해협 풍경
터키어로 '보이지치'라 불리는 보스포러스 해협은 아시아와 유럽을 구분 짓는 거대한 천연 수로였다. 동시에 흑해와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는 교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현재는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는 보스포러스 크루즈가 인기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해협인 보스포러스는 물 흐름이 세차서 여기저기에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양측 해안에는 고대 유적지가 즐비하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전통 터키마을과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장관을 연출한다. 음식점과 찻집, 별장 등이 있어 전 세계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고대와 중세시대에는 지중해와 흑해간의 모든 상거래가 이 보스포러스해협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국제 무역에 있어서 보스포러스 해협의 중요성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져 매년 3만8000여척의 배들이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길이 30㎞, 너비 550~3000m, 수심 60~125m로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과의 경계를 이룬다.

▲ 보스포러스 해협 배위의 사원 모습
▲ 보스포러스 해협 배위의 사원 모습
고대부터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수로인데다가 마르마라해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1453년 이래 터키가 장악하게 되자 방위를 목적으로 양 해안을 요새화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오랫동안 군사적인 요충지로 알려져 왔고, 특히 18세기 이후에는 다르다넬스 해협과 함께 해협의 항행권을 둘러싼 해협문제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형적으로는 일종의 익곡으로, 양안은 급사면을 이루고 있지만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1973년 완성된 해협 횡단의 유라시아 대교(일명 보스포러스교)는 세계 유수의 현수교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간선도로다.

약 2시간여에 걸쳐 보스포러스 해협위의 크루즈배에 승선해 바라보는 이스탄불 시내 전경과 돌마바흐체 궁전의 아름다움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더구나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배위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이스탄불에서 꼭 체험해야될 필수코스다.

●보스포러스란 이름의 그리스신화 유래

▲ 보스포러스 대교
▲ 보스포러스 대교
보스포러스 해협은 의외로 물살이 빨라서 흑해에서 마르마라해, 다라다넬스 해협을 나와 에게해까지 빠져 나온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가 님프인 이오에게 사랑을 느낀 것을 안 아내 헤라가 질투를 하자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의 모습으로 바꾸어 헤라에게 맡겼다. 그러나 제우스가 그 소를 훔쳐내려고 하자 화가 난 헤라는 벌레의 일종인 '등에'를 풀어 이오를 괴롭혔다. 이를 참다못한 이오는 도망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갔다. 보스포러스는 그리스어로 '암소가 건너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 이름은 바로 이 신화에서 유래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에는 현재 2개의 보스포러스 대교와 파티 대교가 있고, 제3의 다리가 건설될 예정이다. 보스포러스 대교는 전체 길이 1000m로 1973년 개통 후 이 곳 경관의 일부가 됐다. 양 기슭에는 우아한 주택 사이로 '알르'라 불리는 오래된 목조 별장도 보여 눈이 즐겁다. 돌마바흐체 궁전과 요새인 루멜리 히사르도 이 해변가에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

'가득한 정원'이란 뜻의 돌마바흐체 궁전은 17세기 초 보스포러스 해협의 조그마한 만을 메우고 정원을 조성해 술탄을 위한 간소한 별장으로 지어졌다. '돌마'는 '꽉 찼다'는 뜻으로 해변을 흙으로 메꾸고 만든 정원을 의미한다. 50만 금화, 즉 현재 돈 5억 달러에 맞먹는 기금으로 건립된 이 궁은 1856년 완공됐다. 궁의 내부 장식과 방들을 꾸미기 위해 총 14t의 금과 40t의 은이 사용됐다. 3층의 대칭구조로 지어진 궁의 내부에는 285개의 방과 43개의 홀, 280개의 화병과 156개의 다양한 시계를 비롯해 4t과 2t 중량의 샹들리에를 포함한 36개의 샹들리에와 58개의 크리스털 촛대, 560점 이상의 그림과 손으로 직접 짠 카펫 등이 전시돼 있다.

▲ 돌마바흐체 궁전
▲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세력이 급격히 악화돼 가는 시점에서 이를 만회하고자 서구화를 추진하고 국력 쇄신을 도모하던 압둘 메지드 1세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초호화판으로 건립했다. 그러나 결국 막대한 건축비 지출은 어려웠던 왕실 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오스만 제국의 멸망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호화로운 건물은 유럽 바로크 양식으로 술탄인 압둘 메지드 1세에 의해 19세기 중반에 건축됐다. 오스만 제국 말기에 몇 명의 술탄은 토카프 궁전에서 이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파리의 오페라 좌를 담당했던 프랑스인 기사가 내부 장식을 맡았다.

돌마바흐체궁전은 보스포러스 해협 가에 양 날개를 편 대칭형 건물로 끝에서 끝까지 총 600m에 이르고 건축미가 매우 뛰어나다. 궁전 중앙 큰 홀의 남쪽이 공적인 일을 했던 셀람륵이고, 북쪽이 사적인 여성의 영역이었던 하렘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에는 홀이 43개, 방이 285개 있다. 천장의 높이가 36m나 되는 큰 홀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무게 4.5t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장식돼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이 곳을 방문해 연회가 벌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바닥에 깔린 수직 양탄자 넓이는 4455㎡나 되고, 벽은 600점이 넘는 명화로 장식돼 있다. 각 방의 가구와 비치품도 군더더기가 없다. 공화제가 된 후 대통령 아타튀르크가 이스탄불에 있을 때는 이 곳을 이용했으나 1938년 집무중에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나자 궁전 내의 시계가 그가 죽은 시각인 9시5분을 가리킨 채로 멈춰 있다. 국민들이 건국의 아버지인 아타튀르크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돌마바흐체궁전을 들어서면 아름다운 분수대와 장미정원이 순례자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궁전 바깥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돌마바흐체궁전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조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라베탄사라이(Yerebatan Sarayi)

터키어로 '지하궁전'이라는 뜻의 아라베탄사라이는 이스탄불에 남아있는 수백 개의 고대 저수조중에서 가장 큰 저수조다. 한마디로 지하 물 저장고라고 할 수 있다.

▲ 지하 물 저장고인 '아라베탄 사라이'. 건물의 기둥받침에 메두사 머리 모양이다.
▲ 지하 물 저장고인 '아라베탄 사라이'. 건물의 기둥받침에 메두사 머리 모양이다.
이스탄불은 외세로부터 많은 공격을 당했었기 때문에 언제나 충분한 물의 공급이 필요했던 도시였다. 따라서 비잔틴 제국 시대에 지하 저수조를 많이 건축하게 됐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저수조가 성 소피아 성당 맞은 편에 위치한 지하궁전인 아라베탄사라이다.

아라베탄사라이는 이스탄불로부터 20㎞ 떨어진 곳에서 수로를 통해 공급했고 기둥과 천장 장식이 화려하게 건축됐기 때문에 이를 지하궁전(saray: palace)이라 부른다. 이 건물은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대에 건설됐고 336개의 기둥 중 대부분이 비잔틴 코린트식 기둥 머리를 갖고 있다. 저수조 전체 크기는 70m 폭에 길이는 140m다. 건물의 양 구석 기둥 받침은 메두사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메두사 머리가 거꾸로 또는 옆으로 조각돼 있는 모습을 보면 기괴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이 저수조 물 속에는 잉어들이 조각돼 있는데 이 잉어조각들은 오염으로부터 물을 보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혹자들은 비잔틴인들이 실제 이 저수조에서 물고기를 길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스탄불이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었던 6세기에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인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콘스탄티노플의 부족한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아야소피아(세인트소피아성당) 옆 지하에 건설한 이 아라베탄사라이는 교회당과 저수조를 한 장소에 지었는데, 점차 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황제가 저수조 규모를 확장하고 교회당과 합칠 것을 명했다. 1968년 균열된 부분과 기둥들을 수리, 보수하고 1985년 이스탄불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대대적으로 복원한 끝에 1987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길이 143m, 너비 65m의 거대한 지하 저수조인 아라베탄사라이는 4m 간격으로 높이 8m의 기둥들이 있다.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북쪽 19㎞ 지점의 벨그라데 숲에 있는 강물과 지하수를 수도관을 통해 끌어와 모아 놓은 구조였는데, 저장량이 8000t에 달한다. 이 곳은 지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나무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가장 큰 공간은 높이 9m의 대리석 기둥 336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기둥들이 28개씩 12열로 서 있다. 저수조는 두께 4m의 내화 벽돌로 둘러싸였고, 방수를 위해 특수 모르타르로 마감됐다. 007 시리즈 영화가 촬영된 곳으로,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라베탄사라이를 가보면 지하에 이렇게 넓은 저수조가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터키 이스탄불=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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