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서 폐지된 과학기술부가 차기 정권에서 부활될 경우, 국과위도 옥상옥같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청와대와 지식경제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출연연 거버넌스가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전 장관 등이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세번째 장관급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6일, 지난달 말에 이어 출연연 거버넌스가 안건으로 논의된 세 번째 장관급 회의다.
기재부는 그동안의 협의 결과로 이 자리에 처음 정부의 단일 출연연 개편안을 마련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에 따르면, 27개 출연연(교과부 산하 13개, 지경부 산하 14개) 가운데 20개는 단일 법인(가칭 국가연구개발원)으로 묶여 국과위가 관할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출연연발전민간위가 도출한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성격상 융합 연구의 여지가 적은 기관들은 부처 직할 형태로 두거나 민영화를 거쳐 독립시키기로 했다. 지경부 산하 생산기술원, 국토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 교과부 산하 수리과학연구소와 천문연구원, 농식품부 산하 식품연구원과 김치연구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경우 민영화가 추진된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최중경 당시 지경부장관은 이 안에 대해 “산업과 연구개발이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다”는 논리로 출연연 이전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오후 장관 임기가 끝나게 돼 있던 최 전 장관은 작심한 듯 “장관으로서 마지막 유언”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의 내내 최 전 장관이 뜻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재부의 통합안은 결국 다음 회의로 넘겨졌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현 정권 초부터 결론 없는 개편 논의만 몇 년째 이어져 연구 현장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라며 “신임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최중경 전 장관의 마지막 유언을 고수할 지가 결국 변수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한편, 이 달내로 출연연 지배구조 최종안이 결정되지 못하면 현정권에서는 불가능하다.
다음달 국회까지 부처 간 합의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상 출연연 소속을 국과위로 전환하는 법개정작업이 수반돼야하기 때문이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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