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마련한 아파트값이 석 달 만에 3000만원 정도 올라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갈수록 커지는 이자 부담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강의하는 대학을 더 늘렸고, 공공기관의 연구 용역에까지 참여하면서 쉴 틈 없이 일할 정도다.
박씨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얘기 때문에 무리하면서까지 장만했지만, 지금은 이자 때문에 다시 팔아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 급증과 대출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가계빚 이자 부담이 55조원을 넘어섰다.
수입은 제자리인데, 지출 항목과 규모가 증가하면서 서민 가계가 '이자폭탄'에 신음하고 있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의 총액은 56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기관별 대출액과 기관별 평균 대출금리로 추산한 한국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55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는 지난해 국민총소득(1173조원)의 4.8%를 차지할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급증 현상 속에 대출금리까지 상승한 것을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은 797조4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9월 말 현재 840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449조6000억원)이 18조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농협이 7조3000억원, 보험사 대출 4조원, 새마을금고 3조7000억원, 카드·캐피털사 1조9000억원, 신협 1조6000억원, 저축은행 1조3000억원 등으로, 1년도 되지 않아 43조원이나 늘었다.
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연 5.35%였던 은행권 대출금리는 9월 말 현재 5.86%로 올랐다. 환산하면 3조3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금융사별로는 은행 이자가 26조3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카드·캐피털사 7조4000억원, 농협 6조4000억원 등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액이 많을수록 이자 부담은 훨씬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특히, 주택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하우스 푸어'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적인 가계 수입의 증가세가 미미한 가운데, 지출 요인이 다양해지고 규모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하우스 푸어(House Poor)='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와 빚에 짓눌려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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