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난으로 때렸다”는 중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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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난으로 때렸다”는 중학생들

  • 승인 2011-11-27 15:22
  • 신문게재 2011-11-28 21면
기사를 거듭 보고도 믿기 어렵다. 중학생들이 동요를 부르며 노래 가사에 맞춰 같은 반 동료를 때렸다는 보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그걸 장난으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니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어렵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이 폭력과 놀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아이 키우는 어른으로서 고개 들기 민망하다.

보도에 따르면 도무지 장난으로 보기 힘들다. 중학생 3명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동요를 부르며 가사에 '머리'가 나오면 머리를 때리는 식으로 같은 반 친구 1명을 때렸다. 노래를 세 번 반복했다니 70여 대를 때린 셈이다. 피해학생은 안경이 깨지고 눈 밑이 5㎝가량 찢어질 정도로 맞아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누가 봐도 이건 집단 폭행이지 장난이 아니다. 그래놓고도 가해학생 한 명이 이틀짜리 진단서를 첨부해 피해학생을 가해자로 경찰에 고소했다니 아연해질 수밖에 없다.

친구를 때리는 것을 보고도 장난치는 줄 알았다는 주위 학생들도 개탄스럽지만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학교 측의 태도다. 피해학생의 얼굴에 피멍이 들고 병원진단서까지 있음에도 급우들끼리 장난하다가 빚어진 일로 돌린다. 학교가 보기엔 이번 일이 '지나치게 짓궂은 장난' 쯤 되는 것인가. '그 나이 땐 으레 그려려니'하는 수준에 불과한가. 학교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 쌍방 고소사건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학교 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청소년의 육체는 물론 정신과 영혼까지 멍들게 하는 행위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열릴 정도라면 피해학생은 평생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이미 받은 뒤일 수도 있다. 학교가 친구들 간의 장난 정도로 쉽게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학교는 장난을 방치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대책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세워야 옳다. 가해학생이 아무리 장난이라 하더라도 피해학생이 폭력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학생 선도의 일차적 책임은 학교에 있다. 학교의 적극적 노력이 없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쉬쉬하고 넘기려고만 한다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학교 폭력을 보고도 넘기려는 것은 학교와 교육자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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