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관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준비단장 |
우리는 최근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아시아 경제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한 것은 이제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2003년 보고서와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2009년 저서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에 대해 의심하는 전문가는 드물고 오히려 그 예측이 얼마나 앞당겨 질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갖는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앨트먼 교수는 이러한 전망과는 다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과 동일한 생활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경제성장은 예상보다 빨리 안정단계에 접어들어 장기 경제성장률은 선진국들의 성장률보다 낮아진다는 것이다.
앨트먼 교수의 이러한 예측에는 딥 팩터를 그 근거로 하고 있다. 교역에 대한 개방성 미흡, 기업설립에 필요한 관료적인 행정절차와 자금조달에 대한 법률적 규제, 부패의 수준, 조직내 소통과 투명성 부족, 서열위주의 사고방식 등이 그것인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아니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명품도시를 지향한다. 단군 이래 최고의 국책사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재원을 투자한다. 그 규모만도 22조5000억원에 이른다.
도시설계부터 세계적인 전문가 공모과정을 거쳤고 그 하나하나의 계획이 그동안 도입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과 기법에 의해서 채워지고 있다. 종전의 도시구조가 중앙에 핵심시설이 밀집된 것이라면 세종시는 중앙에는 녹지공간이 배치되고 주변에 생활권을 구축하는 환상형 도시구조로 친환경적으로 조성된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이 구축되고 내부 도로망도 BRT라고 하는 최첨단 광역교통망이 구축된다. 중앙부처와 소속기관, 국책연구기관이 이전하는 것에 더해 도서관, 문화시설 등이 입주하고 최고의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되는 학교만도 150개에 이르고 시설은 IT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시스템으로 채워진다. 한마디로 세종시 하드웨어는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깝다.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세계적 명품도시가 이러한 하드웨어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도시 인프라가 도시 경쟁력의 주요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을 작동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 조직 구성원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시스템 및 제도가 더 중요하다. 앨트먼 교수가 얘기한 딥 팩터가 세종시에서 어떻게 발현되느냐가 앞으로 세종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딥 팩터의 범주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다양하다. 행정적인 차원에 집중하면 세종시 공무원의 의식을 선진화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종시 조직설계와 인사운영, 각종 행정절차에 반영해야 할 것이 있고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할 일 등이 포함될 것이다. 주민과의 접점행정에 있는 읍·면·동의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인구 구성 만큼이나 다양하게 분출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참여체계, 기업유치를 위한 절차 간소화 방안 등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 후 세종시에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될 것인지는 지금 건설 현장에서 내뿜는 굉음소리와 정부의 투자계획을 보면 어렵지않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세종시의 모습을 좌우할 소프트웨어(딥 팩터)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것은 그 사회의 문화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만의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세종시를 둘러싼 인근 자치단체가 같이 가야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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