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부여군수 |
문제도 있다. 삶의 터전인 농토를 잃어버린 농민들의 상심이 중심에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보상비와 준설로 발생한 퇴적토를 활용한 농지 리모델링 사업 그리고 골재 매각을 통한 지자체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여군의 예를 들어보면 현재 농업관련 단체 등에서 추산하고 있는 사라진 하천경작 면적은 990만㎡(300만평)에 이르고, 하천부지 주 생산품목인 방울토마토, 백마강 수박, 단무지 등 농작물은 15만여t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한 농업 인구수는 1만400여 명에 이른다. 하천부지 경작이 어려워진 농민들은 보상비로 대토를 구하고는 있지만, 원장지내 높은 지가로 인해 면적대체 유발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민들이 금강 살리기 사업에 많은 기대를 가져온 것은 문화재 관련법 등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지역개발에 발목이 잡히고 방치되어 온 성난 민심이 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부여군민의 약 72%가 금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했고,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사업 초기 외지에서 몰려온 4대강 반대 시민단체들을 막아낸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이제 사업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감소된 농업소득을 대체할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의 창출이 시급하다. 지방정부에 재원이전을 포함한 하천의 관리 운영과 개발권에 대한 폭넓은 이양이 중요하다. 방치되고 접근이 어려워 단순 경작지로만 이용되던 하천부지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결국, 강 살리기 사업은 이수와 치수를 넘어 강에 새로운 색깔과 가치를 입히고 강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강 문화를 복원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숨은 뜻이 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구축된 캔버스에 지자체마다 자신만의 물감을 풀어 그림을 완성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수변개발의 모델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지방마다의 전략적 콘텐츠를 구축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부여는 전국 최고의 사적 관광지다. 역사문화자원에 수변 생태가 어우러진 새로운 부의 생태계 모델이 시급하다. 그 중심에 내륙 사십리 물길을 굽이쳐 흐르는 백마강이 있다. 백마강에는 굽이굽이마다 백제인의 오랜 역사와 전통, 민속, 지명, 설화를 간직한 소중한 문화자원들이 산재해 있다.
인재등용의 신중성과 하늘의 뜻을 받들고 민심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겠다는 백제인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천정대에서부터 별리의 한을 노동요로 승화한 산유화가의 모태인 유왕산에 이르기까지 백마강 물줄기를 따라 수많은 역사문화 인프라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갈대숲과 하중도 등 생태 자원은 덤이다. 특색 있는 강변 경관이 오랜 역사와 문화자원 등과 어우러져 백마강은 녹색 문화관광의 대표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이제 백제문화의 발원지이자 모태인 백마강의 역사를 제대로 밝히는 것은 부여인의 정체성을 찾는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의 미래비전은 친수공간을 얼마나 계획적이고 유용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금강 살리기 사업은 수해방지와 수량 확보를 위한 성과는 거두었지만, 지류 하천까지 정비되어야 명실상부한 사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려면 4대강 사업과 연계한 친수공간 조성사업과 지류·지천 정비 사업도 조기에 가시화 되어야 한다. 범정부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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