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진 한국총포협회장 |
우리나라 또한 매년 10월부터 12월까지 연례행사처럼 야생 멧돼지 난동이 시작된다.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는 야생 멧돼지 공격을 받은 농민이 사망하기도 했고, 대구 도심에서는 한꺼번에 멧돼지 3마리가 출몰해 차량과 충돌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사살되기도 했다.
울산 도심은 물론 바다에도 멧돼지가 나타나 해양 경찰이 출동하는 등 올해 들어14차례 멧돼지가 출몰했다고 한다. 며칠 전 서울도심 올림픽대로에 멧돼지가 출몰해 자동차와 충돌해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고속도로에 멧돼지가 뛰어들어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던 것이다.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멧돼지가 출몰하는 이유는 서식밀도 증가와 먹이부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 또한 일본처럼 멧돼지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자료에 따르면 멧돼지 적정 서식밀도는 100㏊당 1.1마리이지만 무려 4배에 가까운 3.8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렵이 일절 금지된 수도권과 경남은 멧돼지 서식밀도가 전국평균보다 배 이상 높은 7.5마리라고 한다. 이처럼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서식밀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밀렵이 근절되었고 생태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총기만 있으면 멧돼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총기로 멧돼지를 잡는 다는 것은 멧돼지 전문엽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밀렵은 멧돼지 이동 통로를 따라 올무를 설치하고, 꿩·오리 같은 조류는 '다이메 크론' 같은 무색무취(無色無臭)한 농약을 먹이에 섞어 조류서식지에 뿌려 한꺼번에 수십 마리씩 잡아 왔다. 따라서 환경파괴의 주범은 올무와 독극물이지만, 총기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많은 규제를 받아왔고, 정책에서도 소외되었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한해 130억원이 넘고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만 63억원이라고 하지만 신고된 것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유해야생동물 포획을 매년 허가하고 있고, 1년 내내 야생동물 포획을 허가하는 시·군도 있지만, 야생 멧돼지 대책은 않되고 있다.
이처럼 수렵과 유해야생동물 포획을 매년 허가해도 멧돼지 개체 수가 증가해 인가에 출몰하고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는 환경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03년까지 1년에 2개 도(道)를 수렵 해제하는 광역 순환 수렵장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어느 날 갑자기 공청회 한번 없이 군(郡)단위 수렵장으로 바꿔 버렸다. 그러나 군 단위 수렵장은 한 달 정도 수렵을 하고 나면 많은 동물이 수렵이 해제되지 않는 인근 지역으로 피해버리기 때문에 수렵인들은 사냥할 동물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따라서 수렵이 해제되지 않는 인근 농촌은 농번기만 되면 멧돼지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매년 야생동물 포획을 허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그 다음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렵해제로 얻어지는 수익금이 적고 총포사고와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수렵해제를 꺼리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멧돼지 먹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도(林道) 등에 유실수를 심는 것도 멧돼지 출몰을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올해 또한 지난 1일부터 전국의 27개 시·군이 수렵을 해제해 지난해 보다 8개 시·군 수렵장이 늘었다고 하지만, 멧돼지 개체수를 적정수준까지 끌어내릴 때까지 도(道)단위 광역 수렵장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야생 멧돼지 대책은 않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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