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그 하나는 지방의회가 의정비 인상과 관련해 주민반대를 무릅쓰는 것도 부족하여 당초 인상안을 훨씬 상회하는 인상안을 고집하는 통 큰(?)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이것도 부족하였는지 자신들의 의정비 인상안에 대해 행정안전부에 지침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태가 이쯤되니 평소 지방의원들의 열악한 의정활동여건에 대해 갖고 있던 조그마한 동정심마저 사라진다.
현재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급여성격의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구성되어 있다. 의정활동비는 광역 또는 기초 의회의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면, 월정수당은 자치단체별로 구성한 의정비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반드시 공청회와 지역주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둔 것은 지방의회의 자의적이거나 과다한 인상을 억제하려는 견제 기능과 주민참여를 통해 자치정신에 입각한 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현행 의정비 인상에 대한 절차에서 가장 핵심은 주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치정신에 비추어 볼 때 유성구의회가 당초 3.5%의 의정비 인상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오히려 인상폭을 더 높여 7.4%를 인상키로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인상안의 결정과정에서 유성구의회는 행정안전부의 시정권고나 여론의 비판을 무시하고 인상안을 강행한 점이다. 이는 지방의회권력의 주체인 지역주민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한편 의정비 인상추진과정에서 자치단체 집행부 또는 지역주민과의 마찰을 경험하면서 전국 지방의회가 행정안전부에 지방의원 의정비인상과 관련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집단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방재정확충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러했다. 그러나 핵심은 의정비인상과 관련하여 지역주민의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에 그 악역을 강요하기 위해 조성된 집회였다. 처음부터 결의내용에 의정비제도 개선안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이후에 발표된 결의내용에서조차 이 사항은 슬그머니 뺐다. 지방의회가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스스로가 굴욕을 감수하는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하고자 했던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비윤리적 명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 보여주는 지방의회나 의원들의 행태는 당장 거둬들여야 옳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는 지역사회 권력감시 주체인 지역언론이나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전문가들까지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일회성으로 끝이 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서 권력감시 주체들은 자신이 의회에 진출할 것을 전제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방의회의원들 중에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그 공을 인정받아 의회에 진출한 이들도 상당 수 있다. 그들은 내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실증사례다. 또 다른 사례가 안철수 교수가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 인위로 천하를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바다나 강을 걸어서 건너려고 하는 것과 같다는 장자의 말이 새로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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