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울랄라세션, 경쟁과 기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일규]울랄라세션, 경쟁과 기회

[중도춘추]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1-11-24 14:32
  • 신문게재 2011-11-25 20면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 정일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두 달쯤 전, TV 앞에서 '슈스케'를 보고 있던 고등학생 아들에게 그것이 무슨 프로그램인지 물어보자 과문한 아빠에 대해 새삼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때 '울랄라세션'이라는 인상적인 그룹 명칭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 후 팀 리더인 임윤택이 위암 4기의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이들이 우승까지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이러한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경쟁만능주의가 만연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에 찌든 우리가 왜 또 하나의 경쟁에 열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영국의 '브리티시 갓 탤런트(British Got Talent)'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온 폴 포츠가 생각났다. 심사위원과 관중 앞에서 폴 포츠가 못생긴 외모, 어눌하고 자신 없는 말투로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심금을 울리는 깊고 감성적인 목소리에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이유는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말했듯이 “석탄이 다이아몬드로 변신하는 모습”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사회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재능을 키워온 누군가에게 다이아몬드로 변신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즉 '경쟁'이 '기회'를 의미할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우리 사회, 특히 교육시스템 하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은 공정한가?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험지로 평가받고 있으니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올해 수능이 치러진 지난 10일,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한 '투명가방끈모임'의 항변을 들어보자. 대학입시를 “수십만명을 점수, 등급으로 줄 세우고 우리의 삶에 가격을 매기는 상품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학력이, 학벌이 차별의 이유가 되며 학교를 서열화 시키는 입시경쟁 속에서 참다운 교육과 인권이 매몰된 현실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잭 캔필드가 소개한 '동물학교'는 여러 동물들이 입학해 똑같은 과목을 똑같은 방식으로 테스트한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하지만 수영에서 낙제점을 받는다. 오리는 수영실력이 선생님보다도 좋지만 달리기에서 낙제점을 받는다. 독수리는 나무꼭대기까지 기어오르기 과목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날아오르기를 고집하다가 문제 학생으로 지목받는다. 이들은 모두 방과 후에 남아서 자신의 취약과목을 집중 훈련하지만, 세월이 지나 졸업할 때가 되어서 모두 자신들의 취약점은 아주 조금 나아진 반면 원래의 장점은 잃어버린 그저 그런 동물들이 되어 버린다.

과연 수능은 '공정한 경쟁'인가? 지금과 같은 대학입시는 동물학교처럼 누군가의 잠재력과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무수히 많은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수능이라는 하나의 경쟁이 너무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모두가 수능의 마법에 걸려있는 한 이 사회를 공정하다고 느낄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울랄라세션과 허각의 성공은 이 사회가 수능과 같은 단 한 가지 경쟁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경쟁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것이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요계에 데뷔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 대형기획사의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키 작고 평범하게 생긴 사람에게 '경쟁'은 결코 '기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의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울랄라세션이 탄생하기를 꿈꾸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