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은 극중 표현을 빌자면 '구멍 난 양말, 떨어진 운동화, 땀에 전 셔츠, 그게 자신의 몸인 양' 살아온 형사다. 호룡은 FBI에 연수를 다녀온 범죄심리학 박사. 우직한 성범은 “군대는 갔다 오셨나. 혹시 FBI에서 공익근무하다 온 건 아니지?”하고 잘난 호룡에게 시비를 건다. 강렬한 사건, 버디무비식 인물 배치는 초장부터 시선을 단단히 잡아끈다.
두 남자가 갈등하면서 적과 싸우는 버디무비의 공식은 케케묵은 형식이지만 쓰임새에 따라선 아주 흥미로운 아이템이다. 하지만 버디무비로 보기엔 성범과 호룡의 관계는 갈등이라기보다 보완 쪽이다. 외양은 버디무비지만, 그건 인물들의 드라마를 구축하는 용도로 쓰일 뿐, 정작 방점이 찍히는 건 범죄 스릴러다.
이야기는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마약범을 쫓던 수사는 점차 경찰 조직 내부의 비리를 향한다.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이어지는 사건의 연쇄는 관객을 그들의 수사에 동참하게 만든다. 겹겹으로 감춰놓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액션은 긴장감과 속도감을 십분 자극한다. 투박한 진흙탕 액션이지만 공간을 잘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타이 마약상을 잡기 위한 성범의 추격전이나 승합차 안에서 총 한 자루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사내들의 쟁탈전은 아이디어가 빛나는 장면이다.
사건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중후반부, 급속히 속도감이 떨어진다거나 몇몇 사족 같은 장면이 아쉽긴 하지만 '특수본'은 기대 이상이다. 경찰 영화에서 기대하는 음모와 스릴, 액션과 반전이 다 담겨 있다. 형사들의 고뇌와 갈등, 따뜻한 인간애도 들어있다. 메시지도 분명하다. 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이들 때문에 결국 피해 보는 건 우리라는 거다.
결말을 향해 쓸데없이 한눈팔지 않고 질주하는 이 영화는 경찰 영화가 응당 지녀야 할 기본적인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과 박진감을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망설임 없는 전개, 눈길 끄는 캐릭터, 장르영화를 이해하는 정확한 숏은 인물들도 관객도 내달리도록 만든다. 에두르는 법 없이 직설화법으로 쏟아내고 직격탄을 꽂아넣는다. 성범과 호룡이 공공의 적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후반부는 통쾌하다. 무자비한 무기 사용에 경찰이 저래도 되나, 하는 우려를 잊고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안순택 기자
▲ 메인 포스터/출처=영화사 수박(제작)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