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단행된 경찰 치안감급 인사의 특징은 비연고지에 배치하는 이른바 '향피제'(鄕避制)가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최근 수년간 치안감 승진자가 적었던 충청권 출신 인사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 향피제 시들=2년 전부터 토착비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향피제는 경찰 고위직 인사의 키포인트였다. 하지만, 이날 단행된 인사를 뜯어보면 향피제는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방청장 13명이 새 얼굴로 교체된 가운데 출신지역과 근무지가 일치한 청장이 4명에 달한다.
당진출신인 정용선 경무관이 승진해 충남청장에 내정됐고 전북이 고향인 장전배 치안감은 전북청장에 앉게 됐다. 경북 영천 출신인 이만희 치안감도 고향인 경북청장으로 발령났으며 경남청장을 꿰찬 황성찬 치안감도 경남 창원이 고향이다.
이는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 있었던 치안감급 인사에서 고향과 근무지가 일치했던 지방청장이 각각 2명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업무성과와 전문성, 지역별 안배 등을 고려했지만 향피제를 적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노코멘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피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에 대해 치안수장이 바뀐 데 따른 인사원칙 변화와 경찰 고위직 중 영호남출신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희망근무지를 배려하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충청인사 약진=이날 인사에서 치안감 승진자는 모두 12명이다.
이 가운데 출신지가 충청권인 치안감은 3명에 달한다. 정용선(당진) 충남청장 내정자를 포함해 첫 여성 치안감으로 탄생한 이금형(충북 청주) 광주청장 내정자, 구은수(충북 옥천) 중앙경찰학교장 내정자 등이다. 지역별로는 영남(5명)보다는 적지만 호남(3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강원(1명)보다는 많았다. 이는 최근 지역 출신 치안감 배출이 주춤했던 것을 감안할 때 괄목할만하다.
2010년 12월 있었던 인사에서는 치안감 승진자 8명 가운데 충청권 인사는 단 1명에 그쳤고2009년 11월 인사에선 승진자 10명 중 충청출신은 2명에 그쳤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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