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갈등과 불통의 정치를 넘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창영]갈등과 불통의 정치를 넘어

[시론]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ㆍ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승인 2011-11-23 15:12
  • 신문게재 2011-11-24 21면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ㆍ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ㆍ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한·미 FTA협정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22일 저녁, 백제의 쇠망을 다룬 MBC 사극 '계백'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반도의 한 귀퉁이에서 웅크린 채 힘을 키운 신라가 신흥제국인 당을 끌어들여 협공을 펼치자, 처자식의 목을 베고 배수진을 친 불세출의 영웅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계백'은 40년 넘게 백제를 통치했던 무왕 시절부터 문화대국 백제가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진 의자왕 말년까지 60년을 배경으로 삼은 시대극이다. MBC가 '삼국열전'을 기획하며, 고구려와 신라는 주몽과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백제는 비운의 장군을 대표주자로 선정한 것은 그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결코 유쾌할 리 없는 처사지만, 한 국가의 흥망을 다시 반추하게 하는 역사물로서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

편파적 기술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국사기에 나타난 백제의 마지막 통치자들의 풍모는 오히려 한 시대를 능히 개척할 수 있을 만큼 걸출하다. “위풍이 뛰어나고 지기가 호걸다웠다(風儀英偉志氣豪傑)”거나 “용맹스럽고 담대하고 결단력이 있었다(雄勇有膽決)”는 게 무왕과 의자왕에 대한 김부식의 총평이었다.

선대왕들보다 기골이 장대하고 치세도 더 길었던 두 부자(父子) 모두 기울어가는 역사의 축을 바로잡지 못하고, '어버이를 효도로 섬기고 형제들과 우애롭게 지내' 해동증자(海東曾子) 칭호를 듣던 의자왕이 당나라로 끌려가 포로 신세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한 나라가 융성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하지만, 쇠락하는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지배층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하는 데도 번영한 경우는 역사에 없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명과 청의 세력이 교차하던 조선 중기나, 구한말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우리의 '혈맹'인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아시아 올인'을 선언하며 장악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돌돌핍인'의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일사불란하게 대응해도 힘이 모자랄 판에, 나날이 분열과 대립이 심화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남북으로 체제가 갈라진 데다 지역감정으로 동서가 쪼개진 것도 모자라, 좌우의 이념 대립·상하의 계층 대립·노장청의 세대간 대립까지 5분 10열 양상이다.

한·미 FTA를 놓고 수년째 벌어진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세력의 다툼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갈등과 대립의 전시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소속이 바뀐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그들은 갈등의 중재자라는 시대소명을 저버리고, 입장에 따라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갈등을 증폭하기에 바빴다.

국회에서 통과된 뒤에도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루탄을 문제 삼아 테러라고 주장하는 여당이나, 비공개 날치기를 문제 삼아 의회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이나 정치력 부재·협상능력 부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달 치러진 서울시장 보선은 우리나라의 정당제도가 민심을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는 금치산 선고였다. 보수진영의 신당 추진이나 진보진영의 통합 모색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는 엄중한 경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보든,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경제의 추세를 감안하든 지금은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앞세워야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전환기다. 사리사욕을 앞세우고 당파적 이해를 우선하는 기성정치인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기에는 너무 위험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민의를 담아내는 데 실패한 양당제도의 틀을 과감히 부수고, 상생과 배려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복지공동체를 이룩하는 데 우리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빠른 사람보다 바른 사람을 추천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약삭빠른 후보 대신 올바른 후보를 대표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맑고 밝고 따뜻한 사회를 건설하는 하나의 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