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혜진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장 |
여성인력개발과 그 활용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며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의 70%에도 훨씬 못미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여성 월평균임금은 남성의 63.5%며 성별임금격차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은 대전시도 2007년 현재, 68.2%에 머물고 있다. 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지만 여성이 졸업 후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그 지속력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른 광역시보다도 4년제 대학 졸업여성이 많고, 연소연령 인구비율이 높아 젊은 도시인 대전은 이렇게 젊고 고학력의 여성들을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발굴해내고 활용할 것인가를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인력개발기관들은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에게 업무 관련 교육 및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직종과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실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기존에 시장이 가지고 있는 인력 개발과 채용을 위한 제도에 맞춘 것으로서, 이 경로를 통해 여성들은 시장으로 새롭게 진입하거나 다시 진입하였으며,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꾸준하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에서 개최한 제3차 대전성평등정책포럼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지역에 기반한 여성 일자리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여성을 위한 제도화된 시장 진입의 방법에 대한 성공담뿐 만 아니라 지역에서 스스로 발생한 여성 일자리에 대한 '색다른' 탐색과 실험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역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여성들이 생활과 관련한 문제들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낸 모임들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정보를 교환하며,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에 이를 환원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웃으로 만나서, 육아와 교육, 소비와 먹거리, 생활환경의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형성된 모임들이 단순한 친목도모와 개인적 차원의 걱정 해소에 머물지 않고, 자기계발과 성장을 얘기하고, 동네 생활환경을 고민하고, 마을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엄마이자 아내로 살기위해 필요한 것들을 함께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품앗이가 형성되었고, 자신이 지닌 재능을 나누면서 배움과 일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밀 빵과 쿠키를 만드는 '보리와 밀'이나 천연제품과 육아 관련한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 대여하는 '관저품앗이공동체'의 사례는 지역사회의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스스로 즐겁게 모이고 일하며, 또한 지역 공동체와의 유기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새로운 실험이다.
올 해 대전시의 여성발전 비전과 목표는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취를 '이루며,' 지역 공동체에 자신의 능력과 관심을 환원하여 '나누는' 여성이다. '보리와 밀'이나 '관저품앗이공동체'와 같이 동네 안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량을 강화하고 일하면서 공동체의 성장도 도모하는 실험들은 대전의 이러한 비전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괜찮은 일자리'를 동네에서 스스로 만드는 여성들의 힘찬 도전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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