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마을에는 마을 어린이들이 즐겨 모여드는 집이 있었다. 이곳은 마을의 사랑방이었고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꿈을 키워가는 곳이었다. 마을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어른이나 형·누나들이 재미있는 옛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이나 장화홍련, 콩쥐팥쥐, 나무꾼과 선녀이야기는 물론이고 팥 한 알이 방귀 열방이라 하면서 단팥죽을 먹고 나오는 자기방귀를 팔았다는 단방귀장수 이야기를 비롯하여 장가못간 노총각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예쁜 아가씨와 장가가서 아기 낳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 공동묘지나 수레 밑에서 나온 도깨비와 씨름하였는데 날이 밝아서 보니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불이 잘 붙도록 뒤적여주는 부지깽이나 빗자루와 실랑이를 하였다는 이야기 등등 그래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악하고 못된 것을 물리쳐야 한다는 가르침과 아무리 사소한 빗자루나 부지깽이라도 사람의 손때가 오래도록 묻은 물건들은 사람과 똑같이 여겨서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려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곤 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이상세계를 그리면서 할제(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 갔다. 지금은 많은 동화책이나 그림책, TV나 여러 가지 스마트기기들이 있어서 옛이야기와 멀어져 가고는 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옛이야기 꾼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형·누나들이 있었다. 옛이야기와 긴장한 얼굴, 한순간 터지는 환한 웃음과 박수와 함께하는 환호성이 따뜻한 아랫목과 흔들거리는 등잔불, 화롯불 사이로 보이는 듯하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옛이야기에 푹 빠져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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