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부여에 있는 요양원에서 식사봉사하고 왔습니다. 요리사 자격증은 없어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짜장 소스 맛은 잘 내지요.”
'나홀로소송시민연대(이하 나시연)' 이경수(46) 관리국장은 내일도 봉사활동이 예정돼 있다면서 어제 다녀온 요양원 얘기부터 꺼냈다.
▲ 법에 호소해야 할 억울한 일이 없는 게 더 좋지만 법에 호소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 주저 없이 '나시연'의 문을 두드리라고 말하는 이경수 관리국장. 법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
본업이 무엇인지 모를 만큼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오던 이 국장은 지난 8월 새로운 봉사에 뛰어들었다. 고향 선배의 제안으로 '나시연' 대전·충남지부의 관리국장을 맡게 된 것이다.
'나시연'은 법률에 소외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법률자문을 해주는 비영리단체인데 이번에 대전·충남지부가 대흥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 국장은 '나시연'의 일을 하면서 많은 걸 알았다고 한다.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법에 호소할 방법을 몰라서 혹은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문제 때문에 그 억울함을 가슴에 묻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소송의 90%는 변호사 선임 없이 혼자 소송을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라는 사실이다.
이 국장은 용어도 어렵고 격식도 까다로운 법률 서식과 절차에 쩔쩔 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상담자들과 똑같은 눈높이로 상담을 해주고, 필요한 법 절차를 안내하기도 하며, 필요한 경우 '나시연'의 고문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는 것이 이 국장의 일.
▲ 이경수 국장은 짜장면 식사봉사를 하면서 익힌 짜장 소스 만드는 비법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덤이라고 말한다. 이 국장은 유통업 20년, 봉사활동 10여 년의 노하우를 법률상담을 하는 데도 멋지게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렇게 광고를 낸 후 차츰 상담을 해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까지 100여 명이 상담을 했는데, 이 국장의 기억에 남는 사례자 가운데는 교도소에 수감된 제소자도 있었다. 어느 날 교도소로부터 편지 한 통이 왔는데, 한 번의 실수로 앞날이 캄캄해진 20대 초반 젊은이의 사연이 쓰여 있었다고.
“의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트럭운전기사 법률자문 해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파산과 개인회생에 관련된 상담을 하고 있는데 20년간 유통업을 해 오면서 얻은 지식들도 상담에 도움이 돼서 뿌듯합니다.”
대전 사랑과 나눔 봉사회 회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나서면서도 '나시연'의 일을 빼놓지 않는다는 이 국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밝은 등대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나홀로소송시민연대 이경수 관리국장은?
부여 출신의 이경수 국장은 1993년 ‘대전 엑스포’ 행사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559기인 이 국장은 해병대전우회 대전연합회 서구지회 소속으로 엑스포 남문광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이후 ‘시민자율구조대’로도 활동하면서 119소방대원들과 함께 재난지역 구조 작업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7년 전부터 ‘사랑과 나눔 봉사회’에도 가입해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건강식품과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문을 연 ‘나시연’ 대전·충남지부의 관리국장으로 일하면서 법률상담을 통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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