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들쭉날쭉한 수능 난이도에 따른 수험생 불안은 수시 모집 경쟁률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정시 모집 역시 경쟁률이 높아질 개연성이 많다. 이번에 처음 적용되는 수시 미등록 충원으로 정시 인원이 감소해 그만큼 경쟁이 심화될 것이 뻔하다. 게다가 상위권과 동점자가 많아질수록 눈치작전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관성을 상실한 난이도가 불러올 파장은 누구보다 교육당국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도됐듯이 외국어 영역은 계획보다 쉬웠고 언어와 수리 가형은 생각보다 난도 있게 출제됐다. '만점자 1%' 정책을 비웃듯이 정작 변별력 없는 수능이 되고 말았다. 영역별로 심한 난이도 차이를 나타내 올해도 '물수능'이니 '불수능'이니 하는 말이 떠돌게 했다. '정권 말기에는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는 수험가의 속설도 일부만 맞은 셈이다. 심지어 내년 수능을 앞둔 고2 예비수험생들까지 벌써부터 고민하는 처지라면 이게 정상인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만점자 비율을 제시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교육당국의 책임은 막중하다. 난이도 조절 실패를 자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정하고 적절한 난이도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대로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준거가 된다. 그런데도 지키지 못할 숫자까지 공언하고 또 거기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난이도 유지에 실패한 교육당국은 결국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정책적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체 수험생 몫이라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난이도나 변별력 탓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수능 성적 가채점을 마친 고3생들은 안전 지원을 할지 소신 지원을 할지조차 모른 채 당황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진학지도 교사들은 다양한 수능 방법에 맞게 단기간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진로 선택에 따른 혼란을 줄여줘야 한다. 지역 교육청은 설명회 등을 통해 맞춤형 진학지도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변별력이 무력하다고 하소연이나 할 때가 아니다. 불안과 혼선이 가중되지 않게 최소화할 책임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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