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업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충남도와 달리 시·군의 (주요)금고가 다른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요구라는 시각이 만만치않다.
요청을 접수한 충남도는 관련 내용을 아직 시·군에 전달하지 않을 정도로 난감해하고, 일부 시·군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17일 충남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시·군에 업무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충남도에 전달했다.
대상은 계룡시와 청양군 등 하나은행 영업점이 없는 계룡시와 청양군을 비롯한 천안 등 모두 11개 자치단체다.
시·군에 영업점이 거의 없어 농협에 위탁해 수수료를 지급하며 업무를 처리해왔던 SC제일은행과 달리, 하나은행은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난감한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명분대로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는 공간 마련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해당 시·군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충남도와 달리 해당 시·군 중 하나은행이 (주요)금고를 맡은 곳이 없다. 금고가 아닌 하나은행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도 관계자는 “옛날과 달리, 도가 시·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하나은행은 도 금고지, 시·군 금고는 아니다”라며 “타 부서와 함께 논의해봐야 할 정도로 미묘하고 난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시·군의 반응은 더 심하다.
대상에 포함된 군의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다. 특별회계를 맡았다고 우리한테 공간을 내놓으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가까운 곳을 임대해서 마련하면 되지, 도를 통해 우리를 압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별회계 업무와 함께 실제 영업을 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해당 시의 관계자는 “이미 우리와 계약한 금고가 있는데, 무관한 은행을 받아들이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입주한다고 해도 업무만 보겠느냐.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이 자치단체와의 거리가 멀거나, 없으면 상당한 업무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개발기금공채 등 2금고로서 원활한 업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회계 금고가 바뀔 때마다 시스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낭비요인이 많다”며 “전국의 도 단위가 일반과 특별회계를 하나의 금고로 묶어 2금고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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