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영 객원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책읽기의 즐거움과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서관의 주인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공공도서관을 찾기는 너무 힘들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동네 꼭대기에 위치해 있거나 야산 중턱에 자리해 헉헉대며 한참을 올라가야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비탈진 언덕길이 무서워 아예 도서관 이용을 포기할 정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라치면 도시철도 역과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20여 분씩은 걸어야하니 공공도서관 이용이 쉽지만은 않다.
공공도서관의 주이용 층은 어린이와 청소년이지 자가용 운전자가 아니다.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때 공공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대전의 공공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알 수가 없다.
자작나무와 자일리톨로 유명한 핀란드는 1960~70년대 실업대란으로 실의에 빠져 술로 시간을 보내는 국민들에게 실업수당을 더 주는 대신 도서관을 지어 책을 읽게 했다. 폐교를 도서관으로 활용하는가하면 낡은 공장과 관청 건물도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만들고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면적과 인구 면에서 대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37개의 시립도서관이 365일 문을 열고 있다. 시장 옆에도, 역 앞에도, 박물관 옆에도, 슈퍼마켓 옆에도 도서관이 있는 것이다. 미래형 도서관의 표본이라는 미국 시애틀 도서관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모든 사람을 위한 도서관'으로 시애틀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대전의 공공도서관도 이제 동네 꼭대기에서 마을로 내려와야 한다. 도서관은 더 이상 시험이나 고시공부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독서실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노인, 장애인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공간이다. 대전의 공공도서관이 진정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하영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