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공개경쟁과 복수금고 지정 등의 호조건에도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유치전 참여에 소극적이거나 불참해 공개 경쟁 취지의 의미가 퇴색됐다.
16일 자치단체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날 공주시는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반·특별회계(1금고)와 기금(2금고) 금고로 농협을 결정했다.
그동안 공주시 금고는 일반·특별회계와 기금을 모두 한 곳(농협)에서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일부에서 제기된 공개경쟁 방식에 참여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을 대상으로 심의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1, 2금고 모두 농협이 맡게 됐다.
공주를 비롯해 올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이뤄진 아산시와 서천군 금고 유치전에서 심의위원들은 농협의 손을 들어줬다.
17일 선정 예정인 연기군 금고 역시 공개경쟁 방식이지만, 단독으로 신청한 농협으로 사실상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에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로 공개경쟁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순수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민족은행이라는 명분에다, 튼튼한 재무구조와 오랜 금고 운영 노하우, 시골 곳곳까지 진출한 최대의 점포망,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환원 등 대부분의 주요 평가에서 독보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반면, 농협에 도전장을 던졌던 하나은행은 아산시 기금(2금고)를 맡는데 그쳤다.
그나마, '1금고 신청 금융기관은 2금고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조항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서천군과 6개의 기금을 약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공개경쟁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올해 시행한 자치단체 금고 공개경쟁에 하나은행의 참여는 소극적이었다. 연초부터 공개경쟁을 줄기차게 요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올해 금고 유치전에 나선 곳 중 수의계약을 한 곳은 태안군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공개경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아산시와 공주시 금고 유치전에만 참여했다. 연기군의 경우 내년 세종시 출범을 이유로,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모 자치단체 관계자는 “원하는 대로 개방했지만, 돈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제안서조차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개경쟁 방식의 필요성도 인정하지만, 여러 낭비요인은 물론, 불필요한 논란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공정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할 소지가 큰 만큼,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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