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공직사회 소상공인 타격

부조리 타파·기강확립에 골프·식사 접대 금지돼 저녁 회식도 반으로 줄어 관공서 일대 매출 감소

“낮 12시가 돼야 손님들이 몰려오고, 1시가 되기 무섭게 식당을 빠져 나가려는 분위깁니다.”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몸 사리는 공직사회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소상공인들만 '울상'이라고 푸념했다.

A씨는 “올해 봄부터 오후 1시를 넘으면 식당에서 손님을 찾기 어렵게 됐다”면서 “점심을 하면서 술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었고, 공무원들의 저녁 회식도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공무원들이 있는 관공서 일대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음식점의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강도 높은 사회 부조리 타파 및 공직 기강 확립을 강조해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골프 금지령'과 3만원이 넘는 식사 접대 금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전 임직원 골프 및 노래방 금지령을 내린데 이어, 지식경제부는 불시 복무기강 점검에 돌입했고, 국토해양부는 골프 및 공짜 식사 금지 행동준칙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도 공직사회의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수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관공서 인근 음식점들은 “사회 부조리를 잡고 공직자들의 기강 확립에 죄 없는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들은 최근 '이천세무서 골프 징계'이후 더욱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의 경우는 골프를 안쳐야 명예로운 정년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대전지방국세청 한 공무원은 “지난달 (이천)세무서 직원이 업무시간에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지휘책임을 물어 서장과 관련자에 중징계가 내려졌다”면서 “세무 공무원들은 골프장 근처에도 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공무원들의 골프 금지령에 골프 관련 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역 골프장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무원들의 주말골프 예약이 크게 줄었다”며 “일부 부처에서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으로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대전소상공인지원센터 관계자는 “고물가시대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지역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공직자들의 식사 접대 금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더욱 위축돼 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공무원 행동강령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3년 5월 대통령령으로 제정됐다.

박전규 기자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