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온 세상에 가득한 늦가을,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뜰이 보문산 북쪽기슭 문화1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아침뜰'.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설립한 미혼모자보호시설이다.
“누구나 밝은 희망을 꿈꾸는 '아침'과 편안히 앉아 쉴 수도 있고, 꽃과 열매라는 생명을 키우는 터전이 되는 '뜰'의 의미를 합친 이름이 바로 '아침뜰'입니다.”
▲ 단순히 미혼모자를 보호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립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하는 정영선 사무국장. 미혼모자를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문제를 미연에 막는 사회복지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
'아침뜰'은 미혼인 여성들이 임신 혹은 출산을 했을 때 안전한 분만을 도와주고 심신의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산모와 아기를 일정기간 보호하며 각종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설로 2005년 4월에 설립됐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미혼모 상담을 하던 정 사무국장이 '아침뜰'에 오게 된 것도 바로 그 즈음. 그로부터 6년 동안 정 사무국장은 수많은 미혼모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퇴소 후 세상에 나아가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때로는 엄마처럼 보듬었고 또 때로는 냉정하게 채찍질도 했다. 가족이 원치 않는 임신, 사회가 따뜻하게 봐주지 않는 출산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미혼모들에게 정 사무국장은 어쩌면 친정엄마와도 같은 사람이다.
“다양한 직업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네일아트를 배워 취업한 경우도 있고, 모두가 안 될 것 같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노력해서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한 식구도 있어요. 또 양장사 과정을 마친 2명은 퇴소 후에도 가끔씩 찾아와서 '아침뜰' 식구들과 함께 구내식당밥을 먹고 가기도 하지요.”
얼마나 서로를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지 대화 내내 '식구들'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 정 사무국장. 그녀가 말하는 '아침뜰'의 식구는 45명으로 원장과 상담 교사를 비롯한 직원이 8명이고 엄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10명의 아기를 포함한 입소자가 37명이다. 이 37명의 식구들을 보살피기 위해 정 사무국장은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솔솔 풍기는 생활관 곳곳을 틈나는대로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살뜰히 '아침뜰' 식구들을 챙기는 정 사무국장에게 꿈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아침뜰' 식구들은 표정이 참 밝습니다. 표정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 세상에 나서지 않으려 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고 선입견라는 걸 이따금씩 느끼지요. 미혼모들이 좀 더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서 자기 삶을 일굴 수 있도록 세상과 사회 인식이 바뀌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 미혼모자에게 아침햇살과도 같은 희망의 뜰이 되고 있는 ‘아침뜰’에서는 지금까지 1000여명, 1년 평균 150여명의 미혼모들이 머물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사진은 아침뜰에서 마련한 한 미혼모자의 백일잔치. |
● 미혼모자보호시설 ‘아침뜰’은?
2005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설립한 미혼보자보호시설로 22억원의 건축비 가운데 18억원은 5년 동안의 성금모금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대전에 있는 3곳의 미혼모자보호시설 가운데 수용가능인원이 40명으로 가장 많은 ‘아침뜰’은 2009년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의해 최우수시설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1000여명, 1년 평균 150여명의 미혼모들이 머물면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고 희망을 다졌다.
입소자들마다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춰 상담하고, 그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뿐 아니라 입소자들의 심리치료와 자아발견을 위해 다양한 심성훈련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 ‘아침뜰’은 입소자 교육, 업무보조, 급식봉사, 아기 돌보미 봉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경로로 후원해 주실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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