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진작가는 말했다. '사진은 아주 짧은 순간을 정지시켜 표현하는 시각예술이다'라고. 찰나의 순간을 찍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으로 찍힌 그 짧은 순간은 아주 오래, 어쩌면 영원히 남게 된다. 바로 이런 사진의 매력에 빠져 공직생활 틈틈이 세상의 수많은 순간과 찰나를 사진으로 옮기는 이들이 있다.
▲ 모처럼 화장에 쑥스러워하거나 어색해 하는 노인들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것도 '대전시청 사진동우회' 회원들의 노하우다. 사진인화와 액자비용도 동우회 회비로 충당하는 회원들은 봉사활동 중에 마실 물도 노인들에게 신세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 |
대전시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와 축제의 홍보사진을 거의 전담해 찍고 있는 '사진동우회'의 활동은 시청 내에서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최근에는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어르신들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는 봉사활동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9년 회원들이 모여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고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고민하다 회원들이 찾아낸 것이 바로 장수사진, 흔히 말하는 노인들의 영정사진 찍어드리기였다.
'영정사진'을 '장수사진'으로 부르게 된 이유에 대해 '사진동우회' 송식완(대전시 도시재생과·57)감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르신들 수의도 미리 준비해 놓으면 장수한다고들 하잖아요. 사진을 찍어놓으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사실 거라는 의미를 담아서 '장수사진'으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영정사진이란 말과는 달리 '장수사진'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훨씬 밝고 긍정적이어서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 몸이 불편해 일반 사진관에 가지 못했다는 어르신, 쉬는 날인데 찾아와서 사진 찍어줘 고맙다며 손잡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대전시청 사진동우회 회원들. 앞으로도 다른 봉사단체와도 연계해 지속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
다양한 인생역정을 담고 있는 수많은 어르신들의 얼굴을 대한 '사진동우회' 회원들에게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말 많은 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어떤 한 노인께서 몇 십년을 함께 사시면서 함께 찍은 부부사진이 한 장도 없다면서 부부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어요. 난생 처음으로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어색하지만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던 모습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장수사진 봉사를 제일 먼저 제안한 신성호(대전시 재난관리과·55)간사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올 12월 제 15회 정기 회원전을 열 예정이라는 '사진동우회' 회원들은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화환이나 화분 대신 쌀을 기증받을 것이라고 한다.
사진 찍기라는 하나의 취미로 똘똘 뭉친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사진도 잘 찍고, 봉사도 잘 하고, 공직생활도 잘 하는 '사진동우회'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이들의 다짐에 희망을 걸어본다.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대전시청 사진동우회는?
1994년 4월 발족해 17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 24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윤식 회장과 임원진 이하 회원들은 2009년 4월부터 장수사진 촬영 봉사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노인회관 및 주민자치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재난취약가구 30여 세대의 전기시설 안전점검과 시설개보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봉사활동에 힘입어 제16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은상(2009), 제 1회 대전자원봉사대축제 은상(2009)을 수상했고, 최근에는 2011 행복나누미공모사업에 선정돼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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