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고문서 등 전 세계적으로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기록유산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사업은 세계의 기록유산이 인류 모두의 소유물이므로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2011년 현재 문화재청에 수록되어 있는 세계기록유산은 96개국 1대륙 3국제기구에서 238건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관한 각종 기록물(1997), 아르헨티나의 리오플라타 총독 기록물(1997), 중국 청왕조의 내각문서(1999) 등이 있다.
기록유산은 기록을 담고 있는 정보 또는 그 기록을 전하는 매개물이므로 필사본·신문·포스터 등 기록이 담긴 자료와 파피루스·양피지·나무껍질 등 기록이 남아 있는 자료, 그림·지도·음악 등 비문자 자료, 전통적인 움직임과 현재의 영상 이미지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모두 9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함으로써 세계에서는 6번째, 아태지역에서는 가장 많다.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고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가 2001년, 조선왕조의궤와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2007년, 동의보감이 2009년, 일성록과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이 올해 등재됐다.
▲훈민정음='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란 뜻인 훈민정음은 조선의 4대 임금 세종이 당시 사용되던 한자가 우리말과 구조가 다른 중국어의 표기를 위한 문자체계여서 대다수 백성들이 배워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세종 25년(1443년)에 우리말 표기에 적합한 문자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세종 28년(1446년)에 정인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설명한 한문해설서를 전권 33장 1책으로 발간했는데 이 책의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했고 해례가 붙어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도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 음력 9월에 간행된 1책의 목판본으로 새로 만든 문자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이 문자의 음가 및 운용법, 그리고 이들에 대한 해설과 용례를 붙인 책이다.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제71호로 지정되어 있는 '동국정운' 권1, 6과 함께 1940년쯤 경북 안동의 어느 고가에서 발견된 것으로서 국내에서 유일한 귀중본이다.
▲조선왕조실록=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의 시조인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으로 총 1893권 888책으로 되어 있는 오래되고 방대한 양의 역사서다. 조선왕조실록은 특히 조선시대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 산업, 풍속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망라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귀중한 역사 기록물이며 역사기술에 있어 진실성과 신빙성이 높은 역사기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록의 기초자료작성부터 실제 편술까지의 간행작업을 직접했던 사관은 관직으로서의 독립성과 기술에 대한 비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았으며 실록의 편찬은 다음 국왕이 즉위한 후 실록청을 개설해 편찬했으며 사초는 군주라해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비밀을 보장함으로써 진실성을 확보했다.
실록이 완성된 후에는 특별히 설치한 사고(史庫)에 각각 1부씩 보관했는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사고의 실록들이 병화에 소실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재출간하거나 보수해 20세기 초까지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의 4사고에 각각 1부씩 전해 내려왔다. 오대산 사고의 실록은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으로 소실되어 현재 27책만 남아 있고 적상산본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정족산, 태백산 사고의 실록은 1910년 일제가 당시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했다가 광복 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그대로 소장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 |
흥덕사의 창건연대와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직지 하권 간기에 고려 우왕 3년(1377)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책을 인쇄하였음을 명기(宣光七年丁巳七月 日 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0여년이나 앞선 것이다.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도서의 해에 출품되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됨으로써 기록유산이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직지 하권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 승정원일기. |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는 승정원에서 편찬한 일기로 필사본이며 3243책이다.
이 일기는 조선왕조 최대의 기밀기록인 동시에 사료적 가치에 있어서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비변사등록과 같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자료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할 때 기본 자료로 이용했기 때문에 실록보다 오히려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으며 원본이 1부밖에 없는 귀중한 자료로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조선왕조의궤=의궤는 조선왕조에서 유교적 원리에 입각한 국가 의례를 중심으로 국가의 중요 행사를 행사 진행 시점에서 당시 사용된 문서를 정해진 격식에 의해 정리 작성한 기록물이다.
조선왕조의궤는 1392~1910년 500여 년에 걸쳐 조선왕실의 주요 행사, 즉 결혼식, 장례식, 연회, 사신영접뿐만 아니라, 건축물·왕릉의 조성과 왕실문화활동 등에 대한 기록이 그림으로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총 3895여 권의 방대한 분량에 이르는 의궤는 왕실의 주요한 의식이 시기별,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조선왕조 의식의 변화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를 비교연구하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강탈한 조선왕조의궤 3책(대례의궤 1책 및 왕세자가례도감의궤 2책)과 정묘어제 2책을 반환한바 있다.
▲ 팔만대장경. |
한국이 13세기에 일궈낸 위대한 문화적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고려대장경판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완벽한 불교 대장경판으로 산스크리트어에서 한역된 불교대장경의 원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경(大藏經)은 석가모니가 일생 동안 설법한 경전과 계율, 그리고 그 내용들에 대해 후대의 사람들이 첨부한 논서, 주석서, 이론서들을 집대성한 불교경전의 총서를 가리키는 말로 고려대장경은 당시까지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던 모든 불교 경전의 내용을 집대성한 가장 방대한 문헌으로 동아시아 지역 당대 최고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팔만대장경은 1237~1248년에 제작된 것이지만 훌륭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현재도 인쇄할 수 있다. 소장하고 있는 목판의 수량도 8만7000여 장이 된다. 올해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이 완성된 지 760주년 되는 해다.
▲동의보감=동의보감은 선조 30년(1597) 임금의 병과 건강을 돌보는 어의 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아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학 서적을 하나로 모아 편집에 착수해 광해군 3년(1611)에 완성하고 광해군 5년(1613)에 간행한 의학 서적이다.
총 25권 25책으로 나무활자로 발행한 동의보감은 허준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16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한의학의 백과사전격으로 동아시아 의학 발전 뿐만 아니라 19세기까지 유래가 없던 예방의학과 국가적으로 이뤄지는 공공 보건정책에 대한 관념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는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중국과 일본에도 소개되었고 현재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한방의서로 인정받고 있다.
▲일성록=일성록(日省錄)은 조선 정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자신의 일상생활과 학업을 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해 작성한 일기에서 출발했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후 규장각 관원들에게 명령하여 매일 일기를 작성한 다음 이를 국왕에게 올려 결재를 받도록 했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일성록은 정조의 개인일기에서 조선후기의 공식적인 국정일기로 전환되었다.
일성록은 전근대시대의 전제군주 국가에서 국왕이 자신의 정치 운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향후의 국정 운영에 참고할 자료로 삼기 위해 작성한 일기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 성격의 기록물이다.
국보 153호로 2329책이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 5·18기록물. |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광주에서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 피해 보상, 기념사업의 5대 원칙이 모두 관철돼 세계 여러 나라에 좋은 선례가 되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물은 기록문서철 4271권 85만8900여 페이지, 네거티브 필름 2017컷, 사진 1733점 등 2만여 점으로 국가기록원과 육군본부, 국회도서관, 5·18기념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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