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봉사단은 이날 기찻길 옆 주택가에 나지막한 지붕을 이고 사는 고3 쌍둥이 형제를 둔 김모(52)씨 부부집을 찾았다.
네 식구 나란히 누우면 앉은뱅이책상 하나 놓을 자리도 남지 않을 문간방, 문을 열자 시금털털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빗물이 옥상에서 벽을 타고 내려와 검은 곰팡이를 피웠고, 옥상 방수 공사만 제대로 해도 한결 나으련만 정부의 기초생활비와 아내의 들쑥날쑥한 수입으로 꾸려가는 살림은 몸이 아픈 김씨의 약값을 대기에도 늘 빡빡하다.
철도청에서 30여년 동안 건축 공사 감리를 맡았던 특급 기술자 전정하(66)씨와 보건소에서 방역 전문가로 활동한 이병소(60)씨, 대전·충청 지역의 공무원아파트 시설보수를 맡고 있는 (주)삼부의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그동안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의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의 전기안전, 화재위험 등을 체크하고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사랑의 집수리 봉사는 지난해 시작됐다.
집수리 봉사에 필요한 재원은 공단 임직원들이 자신의 월급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한 '사랑나눔 기금'으로 마련으며, 지난해와 올해 각각 3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돼 작년에는 60가구의 집을 고쳤고 올 해는 10월 말 현재 34가구의 집을 수리했다.
한편 봉사활동에 참여한 퇴직공무원 전정하씨는 “수십 년 현장 밥을 먹었지만 나눔의 즐거움을 배우기는 처음”이라며 “친구와 노는 것도 마다하고 싱크대 들여오는 과정을 지켜보던 아이의 눈빛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소씨는 “처음엔 기술도 없이 마음만 앞서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맥가이버'들 뒤를 묵묵히 따라다니다 보니 일반 봉사자의 손길도 귀하더라”며 봉사에 뜻이 있는 퇴직공무원의 참여를 권했다.
서울=김재수 기자 kjs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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