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美 채프먼대 로스쿨 방문교수 |
오늘은 신문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입문서로 경제학을 전공이나 교양으로 공부하는 전 세계 학생들이 교과서로 쓰는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 맨큐 교수의 '경제학 개론' 수업을 일부 하버드 학생들이 거부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700명이 듣는 수업에서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것은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당대 경제학계 최고 교수의 수업방식과 내용에 문제제기를 하고 수업을 거부한 것은 대중의 주목을 받을만한 사건이다. 학생들은 빈익빈부익부의 결과로 양극화를 초래한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 경제 문제를 접근하는 강의를 듣고 싶다고 주장하면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아니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 적합한 표현이다. 사유재산제를 인정하지 않고 공동소유와 분배의 평등을 주창하면서 1900년대 초반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시작된 공산주의가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1980년대 후반 옛소련의 몰락과 함께 사라지면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체제라는 것을 증명한 지 20여 년 만에 이젠 자본주의의 첨단국가인 미국에서 자본주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776년 아담 스미스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창한 이래 고전파 경제학이라 불리는 자유 시장경제 덕택에 자본주의는 대공황 이전까지 번성하게 됐다. 그러나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두면 실업과 물가상승 등 경제에 문제가 생겨도 시장의 자율조절기능이 작동해 해결될 것이란 믿음은 대공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종말을 고하게 됐다.
대신에 케인스의 이론에 따라 정부의 통제와 개입이 적절히 조합된 자본주의 체제가 등장하면서 세계경제는 1970년대까지 큰 문제없이 순항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한 간섭과 통제에 의해 순항하던 경제는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높은 실업을 동반한 물가상승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종말을 고하게 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의 자율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게 해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공황 이전까지 번성했었던 시장의 자율에 의존하면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복고적인 고전파적 경제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이후 1980년대는 고전파적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이념에 따라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산업과 같은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금융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는 방향으로 경제가 운영됐고 결과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안정된 물가로 신자유주의 정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됐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에는 규제되지 않은 지나친 시장자율주의가 자본주의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이면서도 일반대중은 실업과 많은 부채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서도 금융에 대한 규제가 사라진 월가에서는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너스를 챙겨가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은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고용창출을 위한 투자보다는 위기만 닥치면 구조조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전혀 고려치 않는 이윤추구로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 대중은 다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시장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과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이윤추구보다는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고용창출 그리고 중소기업을 함께 성장해 나갈 동반자로 인식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모두 시장 자율적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오늘 자율시장경제에서 통제된 자본주의로 복귀하는 반복되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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