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키우기는 죄 키우기'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국화 키우는 재미에 한 번 빠지면 중요한 일도 잊어버린다는 뜻이라는데,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대청호자연생태관에서도 국화가 좋아 1년 내내 국화와 함께 하는 남자, 구재황(대전시 동구청 공원녹지과·57)주무관을 만날 수 있었다.
“저분들 표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국화를 보고 계신 분들이 전부 웃고 있고 감탄하지 않습니까? 웃고, 감탄하고,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거죠.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아 국화를 키워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 11일 막을 내리는 '국화전시회'의 제 1전시관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구재황 주무관. '담백하다'는 한마디로 국화의 매력을 말하는 그는 사랑과 관심을 쏟는 만큼 되돌려주는 정직함과 순수함이 좋다면서 국화에 관련된 모든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
그 후, 구 주무관의 생활은 정말 바빠졌다. 한 달에 두 번씩 전남 함평까지 내려가 함평의 국화박사로 불리는 고찬훈 농촌기술지도사에게 국화재배 기술을 배웠고, 대전에 와서는 배운 것을 직접 해보기 위해 텃밭에서 국화와 씨름을 했기 때문이다.
모처럼 휴일에 국화재배법을 배우겠다며 함평으로 달려가는 구 주무관을 보던 아내도 처음엔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 주무관의 열정은 아내의 걱정도 응원으로 바꿔놓았다. 한국국화분재협회의 전우영 회장에게 국화재배 기술을 배우러 다닐 때는 부부가 나란히 경북 영주로 향하기도 했다고. 아내의 응원과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는 구 주무관은 아내도 국화분재를 배워 이제는 작품을 낼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국화재배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간 덕분에 2008년 동구청 주최로 처음 열린 국화축제 '국화향 나라전'에서 실력을 발휘하게 됐다. “부족한 실력이나마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고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기쁨을 느꼈을 때의 보람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구 주무관. 이후 동구청에서 주최하는 국화축제 담당자로 매년 열리는 국화축제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오고 있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란 시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했지만 구 주무관은 '봄부터'가 아니라 그 전 해 '11월부터' 바빠진다고 한다. 내년 축제 에 전시될 국화와 국화분재 작품들은 11월에 모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자신이 알고 있는 국화재배법을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과 국화 키우는 기쁨을 함께 하고자 국화분재 강의도 하고 있는데 올해 국화전시회에서는 그동안 구 주무관의 강의를 들은 '대전국화동호회' 회원 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장에서 동호회 신입수강생도 모집 중이라는 구 주무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제 모든 비법들을 동호회 회원들에게 전수하려고 합니다. 국화는 다른 꽃에 비해 알레르기도 덜 일으키고,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도 뛰어납니다. 이런 국화를 키우는 일은 '적덕', 덕을 쌓는 일이기에 나누면 더 큰 덕을 쌓는 것이지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내년에도 수천, 수만 송이의 국화를 피우기 위해 또 신입 국화분재 수강생들을 위해 국화모종을 준비하고 있는 구 주무관. 그의 이마에 기쁨과 희망의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다. 온라인뉴스팀=이은미 프리랜서 기자
● 구재황 주무관은?
1990년 청원경찰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구재황 대전시 동구청 공원녹지과 주무관은 2007년 국화 재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국화 사랑 전도사로 나섰다. 함평군 대한민국국화전시회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국화분재작품을 출품했으며 2009년부터 올해까지 익산군 전국국화분재전시회에 국화분재 작품을 출품했고, 올해는 오월드 국화전시회에도 출품했다.
현재 전국화훼협회 국화분과위원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2008년 동구청이 주최한 ‘국화향 나라전’을 시작으로 동구청의 국화축제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며 국화작품 생산과 행사 주관을 위해 오늘도 대청호자연생태관에 마련된 비닐하우스에서 국화 키우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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