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옥 무용평론가ㆍ용인대 무용학과 교수 |
그리하여 이번 정기공연으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4, 5일)에서 첫 선을 보인 대전춤축제 시리즈 '다섯 그리고 하나'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었다.
우선 대전 각 구청지역의 역사인물과 유적 등 문화적 배경을 무대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향토적 모티브의 참신함이 배어 있었고, 이러한 역사 문화적 자원을 스토리텔링 하듯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지역문화를 각인시켰으며, 구청별로 전통춤을 끌어내한국춤 세계를 구축하고 재창조하여 지역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이번 무대는 여섯 개 춤판을 여섯 개 구청별로 이어나간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되었다.
1막은 '본향(本鄕)-뿌리공원/중구'로 족보의 메카인 대전을 겨레의 뿌리와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풀어낸 단군춤이었다.
막이 열리자 폭우 영상이 앞의 샤막과 뒤의 배경막에 입체적으로 투영되면서 천지개벽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웅녀의 등장과 곰털을 벗어버리고 탈바꿈하는 춤과 단군이 탄생하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극적인 장면으로 묘사하면서 역동적인 춤사위로 형상화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개국신화의 웅녀춤, 단군춤에 이어 고조선의 건국과정에서는 대전연정국악단이 연주하는 궁중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제천에 맞춘 문무백관춤으로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막 '바라춤 -수운교/유성구'는 수운교천단(대전유형문화재 제28호)의 공양의식 중에 나오는 해원의 바라춤 원형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된 춤이었다.
수운교 바라춤의 특징은 불교의식 바라춤과 무속의식 바라춤과는 전혀 다른 맛과 멋을 지니고 있는 유교의식 바라춤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여 시각적 효과와 공간구성 형식이 독특한 형태로 짜여 부드러우면서도 무겁게 쓰다듬는 맛이 일품이었다.
3막 '취금헌무(醉琴軒舞)-박팽년/동구'는 대전시 동구 가양동에 있는 유허비각의 유적에 나타난 사육신 박팽년의 지조와 대를 이은 세 여인들의 절개와 한과 인고의 세월이 녹아들게 한 춤이었다.
특히 평소 거문고 타기를 즐겨 자신의 호를 '취금헌'이라 지었다는 선비 박팽년의 풍류 거문고, 여인들의 절개의 대향로의 향불, 명문대가의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숲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춤판을 격상시켰다.
4막 '유성학춤 -온천설화/유성구'는 유성온천의 기원설화를 판타지와 해학으로 풀어낸 춤이었다. 영상에서 함박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펼쳐지는 학춤과 건장한 사내들의 춤사위와 하나가 되었으며, 다시 유성온천수 영상이 바다 속 용궁처럼 무대를 수놓으며 용궁선녀가 나타나 환상적인 유성학춤의 장면을 연출하였다.
5막 '동춘당의 봄 -호연재/대덕구'는 회덕 법천으로 시집와서 42세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면서 주옥같은 시를 남긴 조선의 여류시인 호연재의 시를 바탕으로 여류문사의 정한과 고뇌를 여인의 춤사위로 짜여졌다. 가곡소리에 넓은 천이 내려오고 갓을 쓴 선비, 베를 짜는 여인, 맷돌을 돌리는 여인, 부채를 든 주인마님의 삶과 춤이 어우러지고 넓은 천에는 동춘당의 시가 영상으로 그려지면서 격조 높은 산조춤이 펼쳐졌다.
끝으로 6막 '화관무(花冠舞)-한밭한우리/서구'는 태평성대를 기리고 발전을 송축하는 의미로 궁중무용의 전통형식을 갖춘 화관무와 무고무로 웅장하고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화관무는 처음 김백봉이 창무한 작품이지만 안무자 정은혜가 대군무로 재구성해 대극장무대를 아름답게 수놓아 한국무용의 진수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이번 무대는 전반적으로 작품전개가 깔끔했고, 지역문화적 배경이 확실했으며, 춤의 재창조와 재구성이 세련되었고, 시작무대의 웅장함과 끝무대의 화려한 장관이 시민들에게 많은 감흥을 주었다.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무대에 못지않는 작품성과 스케일, 무대예술적 시각성을 당당히 분출해 수준 높은 무대를 꾸몄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정은혜 안무자의 춤에 대한 열정과 그동안 수많은 창작 작업과 지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무대에서의 작품 활동을 통해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준비된 안무자이었기에 가능한 무대였다고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