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교감 |
필자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만, 지난해 2월 21일 '박종용의 독서논술교실'이란 카페를 개설하였다. 500회 정도 강의하러 다니며 만났던 연수생들은 필자가 갖고 있는 자료를 원했고, 필자도 평소 그들의 생각이나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고 싶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른 사람과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하며 윈윈(win-win)하기보다는 혼자 만끽하며 으스대고 싶었다.
카페를 개설하며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식정보시대에서는 노하우(knowhow) 못지않게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인 노웨어(know where)도 중요하므로 많은 정보나 소식을 담으라고 했다. 독서논술 전문 카페의 냄새를 풍기라고도 했다. 특히, 회원이나 방문자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황소처럼 뚜벅뚜벅 걸으라고 했다. 교육자답게 맞춤법 하나 하나까지 신경 쓰라고 했다. 그렇게 남의 의견을 수렴한 후 메뉴를 구성했다.
필자가 5년여 동안 출연했던 라디오와 TV 원고부터 탑재했다.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했던 독서·논술자료, NIE자료, 평가자료, 교단일기도 메뉴별로 올렸다. 각종 교육정보와 대회를 안내하는 코너도 편성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교사들의 협조를 받아 '다른 나라 이야기'도 선보였다. 필자와 같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이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에겐 별도의 등급을 부여하여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했다. 폐쇄적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신원이 파악된 경우에만 정회원으로 인정했다.
1년 8개월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30여년 모았거나 제작했던 교육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개인 역사관이 만들어졌고,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화수분을 갖게 되어 몹시 뿌듯했다. 카페를 통해 초임지 제자나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만났다.
게다가 '청포'를 비롯하여 '여름사랑', '감자', '소이동규맘', 'soohoonii' 회원들이 수시로 달아주는 댓글과 관심은 필자에게 힘이 되었다.
필자는 최근 언뜻언뜻 떠오르는 생각을 '한 토막 편지'에 담아 회원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부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배의 운명'이란 글을 썼다. '배가 폐선(廢船)이 되든, 만선(滿船)이 되든 선장에 손에 달렸거늘 어찌 폐선(廢船)된 것을 사공 탓하냐'라고.
2일에는 교감인 필자가 하루종일 한 마디 지시도 못하고 퇴근할 때가 많다며, 되레 교사들로부터 결재해 달라느니, 계획서를 살펴달라느니 명령(?)을 받건만 행복하다고 썼다. '교감이 이맛살 찌푸리지 않아도 선생님들께서 척척 알아서 처리해 주신다는 뜻 아니겠냐'라고.
10월 12일에는 우리나라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이 안 나온다는 TV 토론을 시청한 후 '우리나라에도 그분들 못지않은 인재가 많건만, 인정하지 않거나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게 문제'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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