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서스킨드는 1940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배관공 출신의 이론 물리학자로 알려진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가지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테크니컬러'이론을 제시하기도 했고, 홀로그래피 이론과 M-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또한 끈이론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레너드 서스킨드는 우리나라 고등과학원의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 블랙홀 전쟁 |
블랙홀 전쟁의 핵심은 스티븐 호킹이 발견한 블랙홀의 증발(이를 호킹 복사라고 한다)로 인해 블랙홀로 들어간 정보는 사라진다고 주장한 반면에 레너드 서스킨드와 그의 동료 헤라르뒤스 토프트는 양자역학에 의해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별의 역사는 거대한 기체구름에서 시작한다. 그 기체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유전자와 이온, 그리고 다른 원소들도 약간씩 섞여 있다. 기체구름이 뭉치면서 중력이 작용하기 시작해 입자들은 서로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무게로 인해 기체 구름은 수축하고, 수축함에 따라 중력의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변한다. 입자들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며 입자들 사이의 공간은 줄어든다. 기체구름은 수축하면서 뜨거워져 별이 된다. 수천만년이 지나면 별은 핵반응의 원료인 수소를 다 써 버리고, 별은 적색 거성으로 변해 수십만년 동안 붉게 타오르다가, 마침내 격렬하게 폭발하고 블랙홀을 형성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에 빠진 정보의 조각들이 어떤 지점, 즉 지평선을 넘으면 그 정보 조각은 광속보다 빠르지 않고서는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바깥에서 보면 정보는 영원히 소멸된다고 봤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해 블랙홀의 지평선은 단지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귀환 불능점일 뿐이고 떨어지는 물체를 막을 어떤 장애물도 없기 때문에, 정보가 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떨어지면 외부세계에서는 영구히 소멸될 것이라고 스티븐 호킹은 확신했던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통해 질량을 천천히 방출한다. 블랙홀의 에너지가 광자와 다른 입자의 형태로 방출되는 호킹 증발은 블랙홀을 좀먹게 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블랙홀은 마지막으로 고에너지의 입자들을 폭발적으로 방출하며 사라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헤라르뒤스 토프트와 레너드 서스킨드를 비롯한 일군의 물리학자들은 길게 보면 우주에는 입자들이 어느 한 곳에 들어오고 나갈 뿐이고,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경우를 포함해서, 모든 기본 입자들의 충돌은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 다가갔다가 물러나는 사이에 별이 생성되고 소멸될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블랙홀이 생긴다고 해도 별의 긴 역사는 결국 기본 입자들의 충돌 현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블랙홀에서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블랙홀의 정보소멸에 대한 논쟁은 결국 호킹이 틀렸다고 시인함으로써 종결됐고, 이제는 블랙홀에서도 정보는 보존된다는 것이 정론이 되었다.
'블랙홀이 증발하는 호킹 복사에 담긴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고 또 그걸 해독한다고 해서 어떤 실용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많은 물리학자들이 그 문제에 매료되는 것은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고 물리 법칙들이 어떻게 서로 들어맞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지적 호기심에서 그 문제에 탐닉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백북스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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