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자신의 삶 이야기를 들어 있는 시들을 골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고 시를 들려주는 이 책은 시인의 오랜 지기인 판화가 이철수의 채색그림과 함께 해 책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전쟁이 끝난 이듬해 충청도 소읍, 산직말의 오막살이집에서 태어났다. 증평에서 살던 행복했던 10여 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 어머니를 1년에 두 번 방학 때만 볼 수 있었던 그때, 부모님이 계신 원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때 그를 키운 건 팔할이 가난함과 외로움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 크면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화지가 부족하면 신문지에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해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직접 그려 친구나 어른들에게 보내곤 했다. 그러나 대학에 갈 때는 미대에 갈 수 없었다. 미대가 아니라 대학 자체를 갈 형편이 되지 못해서 국가에서 등록금 전액을 대주는 국립사범대를 선택했고, 학과도 돈이 적게 들어 보이는 과를 골랐다.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 문학,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온 삶의 이야기들을 세세히 펼쳐냈다.
한겨레출판/지은이 도종환, 그린이 이철수/356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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